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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현대차·모비스 주총 모두 엘리엇에 완승…"구조개편 암초 피했다"


입력 2019.03.22 12:03 수정 2019.03.22 12:05        박영국 기자, 조인영 기자

고액 배당·사외이사 추천 등 엘리엇 주주제안 모두 무산

엘리엇 신뢰 하락…현대차그룹 2차 구조개편 과정 영향력 약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현대자동차 제51회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액 배당·사외이사 추천 등 엘리엇 주주제안 모두 무산
엘리엇 신뢰 하락…현대차그룹 2차 구조개편 과정 영향력 약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엘리엇 리스크’ 탈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엘리엇의 반대로 구조개편 시도가 무산된 아픔을 씻고 앞으로 이어질 구조개편에서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주주제안을 통해 거액의 배당을 실시하고 자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의 미래를 도외시한 해외 투기자본 특유의 먹튀 시도’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현대차, 보통주 3000원 배당·사외이사 3인 회사측 추천 후보 선임

현대차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말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기말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건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으로 표결에 들어갔으나 모두 회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배당액과 관련, 현대차 측의 제시한 보통주 주당 3000원과 엘리엇이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주당 2만1967원을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현대차 측의 의안에 주식 총수의 86.0%,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9.5%가 찬성해 회사측 제시안대로 가결됐다.

엘리엇측 제안에 찬성한 주주는 주식 총수의 13.6%,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1.0%가 찬성하는 데 그쳤다.

엘리엇이 배당을 요구한 금액은 우선주까지 총 5조8000억원에 달해 이를 집행할 경우 현대차는 미래 투자 여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다. 해외 투기자본 특유의 ‘먹튀’ 시도라는 비난도 있었다.

이날 한 주주는 “주주 입장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것처럼) 높은 액수를 배당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는 현대차 주식을 10~20년을 보고 샀다. 제안주주의 배당액에 혹할 수 있겠지만 독이 든 성배, 또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회사가 제안하는 안건 승인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안 역시 회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이날 현대차와 엘리엇이 추천한 각각 3명씩의 사외이사를 선임 여부를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사측에서 추천한 윤치원 USB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 3명의 선임안이 통과됐다.

윤치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주식 총수의 90.6%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73.4%가 찬성했으며, 유진 오 씨는 82.5%(의결권 주식 66.8%), 이상승 교수는 77.3%(의결권 주식 62.2%)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존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은 주식 총수의 19.1%(의결권 주식 15.5%),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은 17.7%(의결권 주식 14.3%), 마거릿 빌슨 CAE 이사는 16.5%(의결권 주식 13.3%)의 지지율에 그치며 전원 탈락했다.

한 주주는 “사외이사 추천에 대한 회사와 제안주주의 설명을 잘 들었고 양쪽의 참고자료도 살펴본 결과 회사 추천 사외이사들의 후보 자격이 충분하고, 여러 측면에서 회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요즘 같이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는 회사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측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별 다른 이견이 없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이어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현대모비스 제42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현대모비스

◆엘리엇,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정원 확대 시도도 무산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배당안과 이사의 수 개정안, 사외이사 선임안을 놓고 엘리엇과의 표대결이 벌어졌으나 모두 회사측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날 9시 서울 역삼동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제4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측이 제시한 보통주 주당 4000원, 우선주 4050원과 엘리엇이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주당 보통주 2만6399원, 우선주 2만6449원을 놓고 표결이 진행됐다.

그 결과 현대모비스 측의 의안에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9%가 찬성해 회사측 제시안대로 가결됐다. 엘리엇측 제안 찬성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1.0%에 그쳐 부결됐다.

엘리엇이 배당을 요구한 금액은 우선주까지 총 2조5000억원에 달해 현대모비스는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며 반대해왔다.

엘리엇은 사외이사 정원을 기존 9인에서 2명 늘린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도 올렸으나, 이 역시 주주들의 찬성(찬성률 21.1%)을 얻지 못하며 부결됐다. 이에 따라 총 이사진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인 9인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어진 사외이사 선임안도 현대모비스의 승리였다. 이날 사측에서 추천한 전문 엔지니어 경영자 출신 칼 토마스 노이먼 박사, 미국 투자업계 전문가 브라이언 존스 등 2명이 모두 70% 이상의 찬성률을 기록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로버트 앨런 크루즈 카르마 오토모티브 최고기술경영자,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은 모두 찬성률이 21% 이하에 그쳐 전원 탈락했다.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별 다른 이견이 없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박정국 사장과 배형근 부사장(CFO)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엘리엇은 이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 각각 대리인을 보내 “오늘은 대결의 자리가 아니라 기업 경영구조와 자본관리에 대해 새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다소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엘리엇 대리인이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엘리엇 측의 주주제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데일리안

◆신뢰 잃은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 영향력 약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이 모두 사측이 제시한 원안 가결로 마무리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을 해소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회사들까지 잇달아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반대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지난해 5월 21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여러 의견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기한 것이다.

올해 추진될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엘리엇의 존재는 현대차그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줘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했다면 새 개편안 추진 과정에서도 엘리엇의 목소리가 커질 우려가 있었다.

현대차 노조도 이같은 점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거액의 ‘먹튀’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 환심을 확보해 현대차그룹 2차 지배구조 개편에서 엘리엇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재편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사전포석”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총 이전부터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 등이 잇달아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손을 들어줬고, 그 과정에서 엘리엇이 단기 수익을 노린 전형적인 해외 투기자본의 속성을 보여줬다는 점이 부각되며 그런 우려는 해소됐다.

엘리엇은 주주들에게 신뢰를 잃었고, 그 반작용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힘을 얻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해 엘리엇이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결국 무산되는 과정에서 이들 회사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한 주주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게 됐다”면서 “앞으로 구조개편 과정에서 엘리엇이 다른 주장을 내놓더라도 주주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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