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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이 불러온 '한반도 나비효과'…경질 면했지만 책임론 직면


입력 2019.03.09 02:00 수정 2019.03.09 02:59        이배운 기자

‘연합훈련 이해한다’던 김정은, 소규모 대체훈련도 트집

전문가 “잘못된 대북특사 결과보고가 안보위기 초래”

‘연합훈련 이해한다’던 김정은, 소규모 대체훈련도 트집
전문가 “잘못된 대북특사 결과보고가 안보위기 초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유임이 확정된 가운데, 정 실장에게 한반도 정세 혼란을 초래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야권 및 학계로부터 교체 요구가 잇따랐던 정 실장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정 실장은 지난해 3월 특사단 자격으로 방북하고 돌아온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전하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를 띄었다.

이에 한미는 북측의 평화 의지에 화답한다는 취지로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훈련’의 강도를 대폭 축소 시켰고,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을 중단했다. 이후 10월에는 ‘비질런트에이스’ 등 총 3개 연합훈련을 유예했고, 올해 들어서는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훈련까지 전면 폐지했다.

그러나 이들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우리 군의 소규모 군사훈련 및 통상적인 무기 수입까지 줄기차게 트집 잡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남조선과 미국이 동맹이라는 새로운 명칭의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았다”며 “이는 조미공동성명과 북남선언들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며 평화를 바라는 온 겨레의 염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고 반발했다.

이외에도 “크든 작든 어떤 형태의 한미연합훈련도 중단돼야 한다”, “충돌을 일으킬 모든 전쟁연습을 중지해야 한다”, “무기수입·단독훈련 행위를 스쳐 지날 수 없다”는 등 우리 군의 국방력 강화 행동 일체를 비판했다.

이에 각계에서는 ‘훈련을 이해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정 실장이 왜곡해 전달한 것이거나, 김 위원장의 ‘빈말’에 정부가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9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정 실장이 장담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은 지난해 남·북·미 대화 국면 속에서도 우라늄 광산시설을 계속 가동하고,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이외의 숨은 핵시설을 ‘모른척’하면서 대북제재의 전면적인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김정은을 만나고온 정 실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고, 한미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전달했다”며 “이 거짓말을 계기로 대북정책이 줄곧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고 지금의 안보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최대압박에 계속 협조하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었다”며 “지난 1년 동안 무수한 비용 소진, 극대화된 남남갈등, 무장해제에 가까운 안보약화, 균열직전의 한미동맹 피해가 발생한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은 대북 특사단에게 ‘조선반도 비핵화’를 말했지만, 정 실장은 이것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전달했다”며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도 핵우산과 핵 영향력을 한국에 제공하지 말라’는 것으로 정 실장은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최소한의 핵만 내주고 대북제재 전면해제를 얻는 사기를 치려고 했는데 정부는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듯 하다”며 “하루빨리 확증편향적 사고를 버리고, 대북 정책에 냉정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외교·안보 인사로 재편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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