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상대 이자 장사로 불어난 배당, 절반 이상 외국인 몫
외환위기에 지배권 뺏긴 韓 금융…국부유출 논란 언제까지
서민 상대 이자 장사로 불어난 배당, 절반 이상 외국인 몫
외환위기에 지배권 뺏긴 韓 금융…국부유출 논란 언제까지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에 벌어들인 돈 가운데 1조5000억원 이상이 외국인들의 품에 안기게 됐다. 서민들을 상대로 한 이자 장사의 과실이 외국인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대형 금융지주들의 지분 구조 탓이다.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외국 자본에 빗장을 열게 된 지도 어느덧 20년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당시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 금융시장을 짙게 뒤덮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금융 등 3개 금융지주가 지난해 이익에서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배당금은 총 2조83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9131억원)과 비교하면 8.9%(170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총 순이익이 8조4475억원에서 8조6577억원으로 2.5%(2102억원) 증가하면서 배당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의 이익배당이 75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전년(7667억원)보다는 다소(0.9%·70억원) 줄어든 액수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6876억원) 대비 9.5%(654억원) 늘어난 753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의 배당은 4588억원에서 5705억원으로 24.3%(1117억원)나 증가했다.
이 같은 이익배당의 반이 넘는 1조4000억원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금융지주들의 지분 절반 이상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소유여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은 68.6%에 이른다. 하나금융이 69.8%로 가장 높았고, KB금융과 신한금융도 각각 68.6%와 67.3%에 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각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익배당 중 외국인의 몫을 계산해 보면 ▲KB금융 5212억원 ▲신한금융 5068억원 ▲하나금융 3982억원 등 총 1조4261억원이다.
여기에 아직 배당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우리금융의 몫이 더해지면 4대 금융지주의 이익에서 외국인들에게 돌아갈 금액은 1조5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지주로 체제를 전환하기 전 우리은행의 2017년 이익 배당은 4040억원이었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배당도 이런 수준을 유지한다면 20%대 중후반의 지분율을 기록 중인 외국인들의 몫은 1000억원 이상이 된다. 우리금융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만큼, 이보다 배당이 더 늘 가능성도 높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배당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만큼 이익이 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 절대적 기반은 이자 수익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들의 영업이익 35조1101억원 가운데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2.0%(28조7734억원)에 달했다.
결국 들어오고 나가는 수익의 중심축을 따라가 보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자 장사에서 발생한 이익이 금융지주를 거쳐 외국인에게 흘러 들어가는 흐름인 셈이다. 국내 금융지주에 이런 틀이 짜인 결정적 요인은 1990년대 말에 터진 외환위기였다. 이때 외국 자본에 대한 국내 금융 시장의 장벽이 사라진 이후 국내 금융사 지분이 시나브로 외국인들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1997년 정부가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우리 금융 시장은 완전 개방됐다. 이로써 외국 자본도 금융 기관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국내 금융권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의 경우 1998년 외국인의 국내 은행 소유가 허용된 이후 2000년 뉴브릿지 캐피탈이 옛 제일은행 지분 51%를 5000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 자본의 국내 은행 인수가 본격화됐다.
이렇게 고착돼 온 구조 상 금융지주를 둘러싼 국부유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가계대출이 1500조원을 넘어가는 등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빚에 부담을 느끼는 금융 소비자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진 상황에서, 더구나 그 이익이 이름 모를 외국인들에게로 빠져나간다는 점은 불편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MF 사태와 그로 인한 완전 금융 시장 개방 이후 국내 금융지주들의 지배권은 사실상 외국 자본으로 넘어간 상태"라며 "해외 주주들은 아무래도 수익성 중시 경영을 선호하는 경향을 띄게 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공공적 기능이 소홀해지면서 국내 금융 산업이 교란되는 악영향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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