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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年 1조" 생보업계 발목 잡는 예보료 논란


입력 2018.10.30 06:00 수정 2018.10.30 06:01        부광우 기자

4.5조 기금 쌓여 있는데…연간 8000억 추가 부담 계속

2022년 1조원 돌파 전망…IFRS17 시행 임박 설상가상

국내 생명보험업계 예금보험료 부담 예상 금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영업정지나 파산과 같은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내는 예금보험료가 조만간 연 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생명보험업계는 예금보험공사에 이미 4조50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적립하고 있지만 여전히 8000억원에 육박하는 예보료를 납부하고 있다. 영원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예보료 체계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한 재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생보사들의 짐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제출 받은 예보료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내년 국내 생보업계가 부담해야 할 예보료 부담은 8511억원으로 예측됐다. 이어 생보사들에 대한 예보료는 2022년에 1조814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2027년에는 1조4286억원으로 1조4000억원 마저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생보사들이 예보에 쌓아둔 기금은 4조5685억원에 이른다. 올해 부담하는 예보료만 7885억원이다. 지난해 생보업계의 전체 당기순이익이 4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생보사들이 내는 예보료는 1년 간 영업을 통해 손에 쥘 수 있는 돈의 5분의 1에 가까운 액수인 셈이다.

국내 생보사들의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의 예보 기금만으로도 충분히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유 의원은 현재 예보의 생명보험계정 기금 적립액 수준이면 일부 생보사의 파산 시 충분한 유동성 지원이 가능하며, 현실적 부담능력을 고려해 기금 적립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현재의 예보료 부과 체계상 그 비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생보사의 파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예보료가 오히려 생보사의 위기를 부추기는 꼴이다.

생보업계에 대한 현행 예보료 부과 기준은 책임준비금과 수입보험료의 평균으로 설정돼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책임준비금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인 장기 금융 상품인 생명보험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준비금이 누적돼 불어나기 때문이다.

예보는 2009년 금융사의 예보료 부담완화를 위해 기금적립액이 목표 수준에 도달 시 예보료를 면제 혹은 감면하는 목표기금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적립목표가 정액이 아닌 책임준비금의 일정비율로 설정돼 적립 목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현재 수준의 책임준비금 증가율이 유지될 경우 사실상 목표기금 도달이 불가능하며 이에 따른 예보료 증대가 불가피한 구조다.

더욱이 IFRS17의 본격 시행이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생보사들의 부담은 증폭되고 있다. 2021년 보험업계에 도입되는 IFRS17의 핵심은 현재 원가 기준인 부채 평가가 시가로 바뀐다는 점이다. 이러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과거 자산 규모 경쟁을 벙리던 생보사들이 요즘 들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해외의 경우 생보업계를 대상으로 예보 제도를 운영 중인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폴란드,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그리스 등 9개국 정도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사후갹출이나 혼방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 사전적립 방식을 적용하는 곳은 일본과 그리스뿐이다.

특히 우리처럼 생보업계 예보료에 대해 사전적립 방식을 쓰는 일본과 혼합방식을 사용 중인 캐나다는 각각 4000억엔과 1억캐나다달러의 정액 적립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즉, 생보사들이 낸 예보료가 해당 금액까지 쌓이면 더 이상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일본은 연간 예보료 부담한도를 330억엔으로 제한, 생보사의 과도한 부담을 방지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2003년 기금이 마련된 후 예보가 생보업계에 자금을 지원한 사례가 전무함에도 4조원이 넘도록 계속 적립금만 쌓아 왔다"며 "IFRS17을 앞두고 생보사들의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예보 제도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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