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주총서 '주주 대상 유상증자' 배경 별도 질의응답
“부채비율 높아지면 입찰 불리...대규모 신속 투자 필수”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해외 입찰을 위해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에 집행하려면 유상증자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8기 주주총회에서 “유럽연합의 군수품 역내 조달 등 이른바 유럽 방산 블록화와 선진국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대규모 신속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주총에서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손 대표는 “유상증자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소액 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의 미래 가치 보호와 제고를 최우선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지속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의 급성장과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는 회계 방식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방산 부문에서만 작년 말 기준 31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수주로 선수금이 급증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손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차입 등의 방식으로 단기간에 부채비율이 높아질 경우,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방산업체들과의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유상증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의 방산 블록화와 미국의 해양 방산 및 조선해양 산업 복원에 대응하기 위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3조6000억원을 해외 방산 거점 및 조선소에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 영업활동으로 확보한 자금은 K9, 천무 등의 후속 모델 개발, 방산 인공지능(AI) 플랫폼 및 무인체계 핵심 기술 개발 등에 투입할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2035년까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손 대표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도 유상증자 이후 크게 성장했다”며 “과거 유상증자로 적시에 자금을 확보한 전략적 투자는 주가 상승 및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현금 흐름이 좋은 상황에서 유상증자로 자본을 조달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3750억원에 달한다.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주주 손실 우려도 커졌다.
이에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 반발을 완화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가 30억원 규모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밝혔고 손 대표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각각 9억원, 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마이클 쿨터 해외사업 총괄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이사 수 확대, 보수한도 총액 증가 등 주요 안건이 모두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