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상호금융 대출도 조이기 나섰다
과도한 주택건설 대출에 옐로카드…"건전성 악화 우려"
"은행 수준으로 검증 강화" 상호금융권 대출 압박 가속
금융감독원이 대출 위험 관리가 소홀하다는 이유로 지역 신용협동조합들에게 경고를 내렸다. 이들이 주택건설 목적의 자금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내주고 있어 향후 건전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상호금융권의 대출에 대해서도 칼날을 뽑아들고 있는 상황에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 관악·새서울·동서울과 경북 포항 등 4개 지역 신협에 대한 경영유의 제재가 확정됐다.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받은 기관은 3개월 이내에 문제가 된 내용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하고, 금감원은 이 같은 사후조치도 부적정하다고 판단 시 좀 더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금감원은 해당 신협 조합들의 대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조합의 전체 대출 규모에 비해 주택건설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한데다, 이 같은 대출이 실행된 사업장의 분양에 차질까지 빚어지면서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주의를 받은 서울 관악 신협은 다세대주택 등의 분양·임대사업을 위한 대출의 취급을 크게 확대하면서 올해 4월 말 기준 주택건설자금 대출 잔액만 1525억원으로 2016년 말 대비 58.9% 급증했고, 이로 인해 전체 대출 잔액 중 해당 대출의 비율이 75.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렇게 주택건설자금 대출을 받아간 사업장들 가운데 건물이 준공됐음에도 미분양 등으로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이 여러 곳 존재하고, 소유권보존등기 후 3~12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일부 사업장은 분양률이 30% 미만에 머물며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의문이 있음에도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지역 조합의 사후관리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시장 상황의 변동에 따라 해당 신협 조합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앞으로 특정 업종에 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대출 유형별 총량과 증가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등 주택건설자금 용도 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해당 지역 신협 조합들에게 명령했다. 아울러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된 채무자를 대상으로는 적절한 채권 보전 수단을 마련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했다.
이번 금감원의 제재에 남다른 이목이 쏠리는 것은 최근 금융당국이 신협을 비롯한 농협과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대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대출의 점검 범위를 크게 넓히고, 잘못된 점이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 달부터 이런 내용의 상호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사후점검 표준안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시중 은행 수준으로 점검 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상호금융권의 경우 이전까지는 건당 2억~2억5000만원 또는 동일인 대출이 5억원 이하일 경우는 사후 점검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는 점검 면제 대상이 대출 건당 1억원 이하 및 동일인 5억원 이하로 줄어든다.
즉, 이제는 은행과 상호금융권을 막론하고 건당 대출액이 1억원을 넘거나 한 개인사업자가 총 5억원 넘게 대출을 받았다면 용도에 맞게 돈을 썼는지 점검을 받아야한다는 얘기다. 특히 부동산 임대업자는 시설자금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산 뒤 실제 임대를 주고 있는지 집중 점검이 이뤄진다.
점검 결과 대출금을 신청 용도와 다르게 쓴 사실이 드러나면 1년 동안 신규 대출이 제한되고, 2회 적발 시 5년까지 새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상호금융권이 이런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 조합들의 경우 각 지역을 기반으로 둔 특성 상 은행 등 주요 금융권에 비해 일원화 된 대출 관리가 힘든 측면이 있다"며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어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상호금융권에 대한 압박도 점점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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