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메리츠화재, 펫보험 재도전 나선다
이르면 이번 달 내 신상품 출시…'펫퍼민트' 상표 출원
'성장 시계 제로'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 내놓을까 주목
메리츠화재가 5년 만에 이른바 펫보험으로 불리는 반려동물 보험 신상품을 출시한다. 국내 펫보험 시장 규모가 아직 미미한 실정임에도 전담부서까지 두고 관련 상품 개발에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리츠화재가 내놓을 결과물을 둘러싼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보험사들에게 새 먹거리로 펫보험을 권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맞물려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화재는 새로운 펫보험 상품 판매를 위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상태로 출시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메리츠화재는 이르면 이번 달 내에, 늦어도 올해 안에 해당 펫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메리츠화재는 '펫퍼민트(petpermint)'라는 이름의 펫보험 관련 상표도 특허청에 출원해둔 상태다.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상해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상품이다. 펫보험에 가입하면 반려동물의 수술이나 입원은 물론 통원 치료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자신의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 배상 책임이 발생했을 때 비용을 보전 받을 수도 있다.
메리츠화재가 마지막으로 펫보험 상품을 내놨던 것은 2013년이었다. 메리츠화재는 해당 상품을 가지고 2년여 간 영업을 벌였지만 워낙 가입자 유치가 미미해 결국 2015년에 접어들며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 보험업계에 펫보험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2007년 말의 일이다. 2008년 반려동물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펫보험이 활성화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등록률이 생각보다 저조했고 실적도 신통치 않아 소비자와 보험사에게 모두 인기가 없었다.
이 때문에 여전히 펫보험 시장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기준 보험사들이 보유한 펫보험 계약 건수는 2638건에 그쳤다. 반려동물의 수가 1000만마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률은 0.2%대에 불과하다. 펫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도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네 군데 뿐이다.
이런 와중 이번 펫보험 출시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그 주체가 메리츠화재여서다. 근래 들어 메리츠화재는 보험업계에서 남다른 실적·성과주의 전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보험사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현재 손보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는 3조4478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620억원) 대비 9.0%(2858억원) 늘었는데, 이 같은 증가율은 국내 10대 토종 손보사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더불어 같은 기간 일본 손보사들의 총 원수보험료가 38조5945억원에서 39조1260억원으로 1.4%(5315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단연 눈에 띄는 성장세다.
이 때문에 메리츠화재가 단순히 구색을 갖추기 위해 펫보험을 내놓는 것은 아닐 것이란 평가가 많다. 오히려 경쟁 구도가 뚜렷하지 않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카드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메리츠화재가 상품 개발 초기 해당 펫보험의 담당 부서로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아예 별도의 파트를 꾸려 대비해 왔다는 점은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변 여건도 나쁘지 않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반려동물 진료비 분석 등을 기초로 한 참조순보험료율을 산출하면서 펫보험에 대한 보험업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펫보험 가격을 책정할 때 쓸 만한 요율이 없어 보험사들이 상품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금융당국이 펫보험 출시를 권장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애견숍이나 동물병원에서 펫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를 판매할 수 있는 특화 보험사의 설립 기준도 마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리츠화재의 공격적인 영업 방식을 봤을 때 기존에 나와 있는 상품들과는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를 담은 펫보험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아직 저조한 반려동물 등록률과 동물병원들의 고무줄 진료비 등 제한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장애물들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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