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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 이재명 놓고 평양 가는 전용기…청와대 시선은


입력 2018.09.18 03:00 수정 2018.09.18 06:11        정도원 기자

이해찬 "경기도, 남북경협에 중요" 힘 실었는데도

'접경지역 단체장' 최문순 포함, 이재명 제외

靑, 이재명 바라보는 시선에 의도 담겨 있나

같은 '접경지역 단체장'인데, 이재명 방북 제외
靑, 최문순 강원지사는 방북 동행…의도 있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가 18일 평양으로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 방북수행단 명단에서 배제돼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같은 '접경지역 단체장'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명단에 포함돼 이날 평양으로 떠난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하지만, 특별수행원 명단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제된 것을 놓고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하는 방북단에는 두 명의 광역단체장이 포함됐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다. 박 시장은 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최 지사는 '접경지역 단체장'이라는 명목으로 함께 한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접경지역 단체장'이라는 부분이다. 강원도 뿐만 아니라 경기도도 김포·파주·연천 등이 북한과 직접 경계를 접하고 있다. 최 지사가 방북단에 포함됐다면, 이재명 지사도 포함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통일부와 동행 여부를 위한 실무급 접촉은 있었지만, 다보스포럼 일정과 겹쳐 부득이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9일부터 중국 텐진(天津)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참석 일정이 먼저 잡힌 관계로 스스로 사양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방북단 명단이 발표되기 전에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밝힌 입장은 뉘앙스가 다르다. 이 부지사는 지난 10일 "청와대의 결정을 일단 지켜보되 방북단에 포함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북측 접경지 나무심기사업 등 경기도가 추진 중인 남북협력사업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이 부지사는 지난 12일에도 "이재명 지사가 3차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참석하면 방중 일정이 전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에 따른 방중 일정보다는 남북정상회담 참석 쪽에 무게중심을 실었던 것이 분명한 발언이다.

대권 경쟁자인 박 시장은 "평화 기여에 가능한 일은 다 하고 오겠다"며 공식 방북하는 반면 이 지사는 간접적으로 참석 의욕을 드러냈는데도 방북단에서 배제됐다.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의 일원으로 공식 방북하는 것이 갖는 정치적 무게감을 고려하면, '큰 뜻'을 품고 있는 이 지사에게 적잖은 정치적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선거 직전 '혜경궁김씨' 고발 당시에도
이정렬 "'BH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 아냐"


이른바 '가카새끼 짬뽕' 사건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정렬 변호사가 불특정다수 1432명을 대리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배우자 김모 씨를 고발한 이튿날인 지난 6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트윗. 'BH에서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자신이 청와대에 확인해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정렬 변호사 트위터 갈무리

이에 따라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선은 대체 왜 청와대가 이 지사를 방북단에서 배제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4월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를 놓고 전해철 의원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쳤다. 전 의원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최측근으로 일컬어지는 '3철' 중 한 명이다.

당시 경선 과정에서는 이른바 '혜경궁김씨' 트위터 사건을 비롯한 온갖 논란이 터져나왔다. '혜경궁김씨' 사건이란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전 의원에 비판적이던 한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실은 이 지사의 배우자 김모 씨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지사는 의혹을 부인하며 배우자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주장했으나, 전 의원은 '혜경궁김씨'를 선관위에 고발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때 다른 경로로도 수사기관에 고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가카새끼 짬뽕 사건'으로 유명한 이정렬 변호사는 지난 6월 11일 불특정다수 1432명을 대리해 이 지사의 배우자 김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이튿날인 12일 이 변호사는 트위터에 "혜경궁김씨 이야기를 꺼낸 뒤, 여러 경로로 '그만하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그 중 압권은 'BH(청와대)에서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연줄로 BH 쪽에 알아봤더니 당연히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가 개인 연줄을 통해 청와대 관계자에게 알아보니 '(이재명 지사와 관련해) 혜경궁김씨 건을 문제삼는 것을 청와대가 원치 않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해찬 "경기도, 남북경협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
그래서 평화부지사 만든 것" 힘 실었는데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 사실과 이번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서 이 지사가 배제된 점을 조합하면, 청와대가 이 지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일면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 지사는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수 차례 충돌해왔다.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문 대통령과 직접 겨뤘으며, 올해에도 문 대통령의 최측근 전해철 의원과 지방선거 경선에서 격돌했다.

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는 간접 대결이 있었다. 김진표 의원을 지지하는 전 의원과 이해찬 대표와 정치적 연대 관계인 이 지사는 다시 한 차례 간접적인 대결을 펼쳤다. 이 때 '극문(극단적 문 대통령 지지자)'이라고도 칭해지는 친문 세력 일부는 김진표 의원 진영에 서서 이 지사 건을 매개로 이 대표를 공격했다.

이 지사를 불편해하는 것이 과연 청와대를 뒷배경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일부 친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청와대의 의중이 어느 정도 실려 있는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그간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왔다.

이 변호사의 'BH에서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혀 아니더라'는 트위터와 함께, 이번 방북단 '접경지역 단체장' 제외 사건은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 방북 배제 사건은 비단 이 지사에게만 당혹감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이날 문 대통령과 함께 평양으로 향할 이해찬 대표에게도 마음 한 켠에 '찜찜함'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최측근인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매개로 이 지사와 '정치적 연대'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열린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이 지사의 방북 성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다음 주에는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3차 정상회담을 하는데, 경기도는 접경지역을 많이 가진 지방자치단체로 남북경협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기관"이라며 "그래서 평화부지사라는 직책을 만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 지사를 향해 "경기도가 남북경협에 앞장서 나서달라"고 당부하자, 경기도 안팎에서는 '접경지역 단체장'으로 이 지사가 방북단에 포함될 기대감이 커졌던 바 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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