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드러난 손보사 공동인수 민낯
올해 1~5월 관련 보험료 수입 782억…전년比 27.1%↓
"공동인수 남용 말라" 금융당국 경고음 내자마자 급감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공동인수 실적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위험이 높아 자동차보험 가입이 어려운 운전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공동인수 제도를 손보사들이 악용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압박을 가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며 불만을 사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공동인수 보험료 수입은 782억원으로 전년 동기(1072억원) 대비 27.1%(29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동인수는 운전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고객 등 업종 특성 상 사고율이 높거나 과거에 사고를 낸 경험이 있어 자동차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가입자들이 무보험으로 운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손보사들이 이들에 대한 자동차보험 계약을 공동으로 인수한 뒤 사고가 나면 공동으로 손해보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손보사별로 보면 DB손해보험의 감소폭이 40%에 육박하며 가장 컸다. DB손보의 공동인수 수입 보험료는 같은 기간 208억원에서 125억원으로 39.9%(83억원) 급감했다. 이어 흥국화재가 53억원에서 32억원으로 39.4%(21억원) 감소하며 공동인수 보험료 수입이 많이 줄어든 편이었다. 이밖에 더케이손보(-32.5%)와 현대해상(-30.2%), 삼성화재(-30.1%) 등의 공동인수 수입 보험료가 30%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공동인수 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로는 우선 보험료 할인이 꼽힌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보험료를 일제히 인하했다. 그 영향이 올해 들어 본격 반영되면서 관련 수익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보험료 인하율이 평균 10%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보사들의 공동인수 수익 감소폭은 훨씬 큰 규모다. 아울러 조사 대상 기간 자동차보험 전체 수입 보험료가 6조6327억원에서 6조6416억원으로 다소(0.1%·89억원) 늘어난 측면까지 더해 보면 올해 들어 벌어진 손보사들의 공동인수 실적 급감은 낮아진 보험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보험료 인하와 더불어 손보업계의 공동인수 보험료를 줄인 원인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진행된 금융당국의 관련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공동인수 계약자도 보험사들의 실제 손해율과 사업비를 바탕으로 산출된 보험료를 받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공동인수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이들도 자기차량손해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이렇게 손을 댄 것은 손보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동인수를 꼼수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 동안 손보사들이 특정 계약을 거절하며 일반 보험 대비 가격이 높은 공동인수로 가입자들을 유인한다는 담합 의혹이 끊이지 않아 왔다. 자동차 공동인수의 경우 일반 자동차보험보다 보험료가 2~3배 비싸고 사고가 나면 자기차량손해 가입 또한 안 돼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수준의 메스를 꺼내들자마자 손보업계의 공동인수 물량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사실상 손보사들이 일반 자동차보험 가입을 받아줘도 되는 고객들을 공동인수로 받아들여 보험료 수입을 늘려 왔음을 시인하게 된 모양새다.
특히 이런 공동인수의 사례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그 어느 때보다 보험업계를 향해 소비자 중심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최근의 금융당국의 기조에 한층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의 관행적 행태에 실제로 문제가 있었고, 이를 금감원이 개선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는 직접적인 케이스여서다.
윤 원장은 이번 달 초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보험 산업에 요구하는 최우선 과제로 소비자 신뢰 제고를 꼽으면서 "보험업계가 나름 소비자권익 제고를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소비자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각종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겠다"고 경고음을 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경고 메시지를 내자마자 관련 실적이 크게 줄면서 손보사들이 공동인수를 악용해 왔다는 의혹을 사실상 자인한 꼴이 된 측면이 있다"며 "금감원 입장에서는 보험업계를 압박하기에 좋은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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