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삼성화재, 내실 경영 속도 낸다
보험영업 손실 1년 전보다 줄어…손보 빅5 가운데 유일
사업비 감축 효과…IFRS17 도입 앞두고 '정중동' 모드
삼성화재가 내실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화재와 함께 빅5로 꼽히는 다른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일제히 보험영업에서의 손실 확대를 감수하고 사업비를 늘리며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는 흐름과 대비되는 행보다. 보험사들의 재무적 부담이 점점 가중되는 와중 국내 최대 손보사로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삼성화재가 오히려 한 발 앞서 실속 차리기에 나선 모습에 손보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10일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국내 5개 손보사의 보험영업 손실은 5297억원으로 전년 동기(2896억원) 대비 82.9%(2401억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봐도 대부분 조사 대상 손보사들 대부분 보험영업에서의 손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들의 이익 구조가 기본적으로 보험영업 손실을 투자 수익으로 메꾸는 형태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적자 확대는 손보사 수익성 기반 자체를 흔드는 요소일 수밖에 없다.
특히 DB손보의 보험영업 손실이 같은 기간 168억원에서 994억원으로 492.2%(826억원)나 늘며 6배 가까이 불었다. 메리츠화재의 보험영업 손실 역시 495억원에서 1049억원으로 112.1%(554억원) 증가하며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또 KB손보는 609억원에서 1110억원으로, 현대해상은 816억원에서 1336억원으로 각각 82.1%(501억원)와 63.8%(520억원)씩 보험영업 손실 규모가 커졌다.
눈에 띄는 대목은 손보업계 선두 사업자인 삼성화재는 보험영업 적자를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 삼성화재의 보험영업 손실은 809억원에서 808억원으로 0.2%(1억원) 감소했다.
큰 폭의 변화는 아니었지만 이처럼 홀로 삼성화재가 보험영업에서의 손해를 축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건비와 마케팅비, 모집 수수료와 같은 사업비 지출을 감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올해 1분기 사업비는 8952억원으로 전년 동기(9068억원) 대비 1.3%(116억원) 줄었다.
반면 나머지 손보사들의 사업비는 일제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4개 손보사의 사업비 지출은 2조693억원으로 같은 기간(1조8278억원) 대비 13.2%(2415억원) 늘었다.
결국 이 같은 사업비 확대가 이들의 보험영업 손실을 확대시킨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 시장 환경 상 손보사들이 보험료 수입 등 수익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기간 빅5 손보사의 원수보험료는 14조8070억원에서 15조273억원으로 1.5%(220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국 올해 들어 삼성화재는 경쟁사들과 달리 사업비로 빠져나가는 돈을 아낌으로써 보험영업에서의 적자를 최대한 줄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인한 재무 리스크가 증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과 동시에 씀씀이를 줄이는데 여념이 없는 이유다.
흥미로운 부분은 가장 자본 여력이 가장 높은 삼성화재가 이처럼 여타 손보사들보다 먼저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말 삼성화재의 지급여력(RBC)비율은 321.6%로 5대 손보사들 중 가장 높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그 만큼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빅5 손보사 가운데 삼성화재를 제외한 4개사의 RBC비율은 모두 100% 후반 대에 머물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독보적인 업계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몸집을 더 불리는데 열을 올리기 보다는 현재의 영업 수준에서 기초체력을 다지는 분위기"라며 "IFRS17이 시행되기까지 향후 몇 년 간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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