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개편에 유통업계 반색…업종별 희비 엇갈려
내달 말 밴 수수료 ‘정률제’ 전환…소액결제 비중 높은 편의점·‧슈퍼마켓‧빵집 혜택
고깃집, 옷가게 등 건당 결제 금액 큰 자영업자는 오히려 부담
앞으로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액결제업종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치솟는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유통업계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결제금액이 큰 백화점, 면세점 등은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늘어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밴수수료 체계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달 31일부터 밴 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다. 현재는 소비자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결제금액에 관계없이 100원씩 수수료가 발생했다면 내달 31일부터는 결제금액의 약 0.28%가 적용된다.
이번 개편 방안은 이미 우대 수수료율(0.8~1.3%)을 적용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연 매출 5억원 이하)을 제외하고 전국 35만개 가맹점에서 시행한다.
수수료 개편으로 정부는 소액결제 비중이 높은 편의점(연간 361만원↓)을 비롯해 제과점(296만원↓), 약국(185만원↓), 슈퍼마켓(531만원↓) 등은 연간 최대 500만원가량의 수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업종별로 일반음식점 5만4000개, 편의점 1만8000개, 슈퍼마켓 1만7000개, 제과점 3000개, 약국 1만개, 정육점 5000개 등 골목상권으로 분류되는 업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던 이들 업종은 반기는 분위기다.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줄고 그만큼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1000원 미만 결제 시에도 카드를 사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어 실질적인 부담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편의점주 A씨는 “동전 거스름돈을 받지 않기 위해 1000원 미만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연간으로 따지면 감소하는 수수료가 크진 않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뭐라도 부담이 줄어든다면 환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계 모든 업종이 혜택만 보는 것은 아니다. 건당 평균 결제액이 10만원이 넘는 면세점이나 백화점, 고깃집, 옷가게 등은 평균 수수료율이 1.96%에서 2%대로 오른다. 가전제품 판매점 2000개를 비롯해 면세점 31개, 백화점 22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깃집이나 옷가게 등 비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은 같은 골목상권 업종인데도 차별을 받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요즘 식대를 현금으로 결제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우리도 같은 자영업자들인데 누구는 내려주고 누구는 올려주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늘고 주 52시간 시행으로 회식 손님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수수료까지 더 내라고 하면 누가 반기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수료가 오른 업종의 경우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데 비용 부담이 늘면서 수수료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이나 협력업체에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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