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지배력 확대 속도…한국 롯데 계열사 절반 이상 편입
4월1일 비상장 6개사 합병 완료 시 롯데지주 편입 계열사 53개로 증가
호텔롯데 상장 지연 불가피…호텔롯데 산하 화학‧건설 계열사 편입 추진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의 그룹 지배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롯데지주 출범 이후 계열사 간 분할‧흡수합병을 통해 기존 지주사 역할을 했던 호텔롯데를 제치고 실질적인 지주사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장기간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대홍기획 및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의 회사 합병 및 분할합병 승인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4월1일 계획대로 합병이 완료되면 롯데지주에 편입된 롯데 계열사는 기존 41개에서 53개로 늘게 된다. 한국 롯데 계열사 91개 중 절반 이상이 롯데지주로 편입되는 셈이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과 식품을 비롯해 롯데카드 등 일부 금융사 그리고 IT, 서비스 분야 계열사가 롯데지주 밑으로 들어오게 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출범 당시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상장사의 투자 부문을 합병해 설립됐다. 그룹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신동빈 회장의 1인 체제를 구축을 위해서다.
이번 합병안 통과로 롯데지주는 앞으로도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총수 부재라는 비상상황에 직면하기는 했지만 신 회장이 계획했던 뉴롯데의 기치는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한국 롯데의 독립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고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완벽한 지주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호텔롯데 산하에 있는 화학‧건설 계열사의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 계열사를 밑에 두고 있다.
롯데는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해 식품‧유통 외에 화학‧건설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허수영 화학사업부문(BU)장의 부회장 승진을 비롯해 화학 부문 임원이 대거 승진했다.
화학‧건설 계열사를 롯데지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분 매입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하는데 상장사인 롯데케미칼 등 화학‧건설 계열사의 지분 가치가 높아 시간은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부재로 호텔롯데 상장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여파로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실적이 악화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호텔롯데 상장 보다는 아직 롯데지주로 편입되지 않은 계열사에 대한 지분 확보 작업이 우선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지주로 편입되는 계열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 호텔롯데와 양분돼 있는 지배 체제를 롯데지주 한 곳으로 통일할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90여개의 한국 롯데 계열사 중 현재 롯데지주에 편입된 53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이 모두 호텔롯데의 지배에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몇 개 계열사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향후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 화학‧건설 계열사에 대한 편입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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