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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보험 장벽 되레 더 높인 인권위


입력 2018.02.27 06:00 수정 2018.02.27 06:52        부광우 기자

청약서에 장애 내용 기입 금지…관련 내용 보험사가 인지 못 해

청각 장애인에 전화 걸고 시각 장애인에 문자 보내고 '웃픈 현실'

장애인이 보험에 가입할 때 겪을 수 있는 차별을 없애겠다며 마련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 도리어 장애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장벽이 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이 보험에 가입할 때 겪을 수 있는 차별을 없애겠다며 마련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 도리어 장애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장벽이 되고 있다.

보험사가 고객의 장애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다 보니 상품 관련 정보 전달에 애를 먹는 사례가 속출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난 현실성 있는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이를 상품 청약서에 기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의 장애 사실 여부를 인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처음에 계약을 유치했던 대면판매 설계사 정도는 고객의 장애 유무를 알 수 있겠지만, 추후 해당 설계사의 이직 등으로 인한 계약 이전 시 일단 청약 서류에 담긴 내용으로만 가입자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다른 설계사나 보험사는 한동안 고객의 장애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권위가 2013년에 만든 장애인 보험 가입 차별금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보험사가 장애인의 상품 가입을 차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에 보험사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각 보험사에 지도공문을 발송,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의 해당 가이드라인은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장애 내용을 서류에 기입해 구분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차별의 의미 규정에서부터 장애를 사유로 고객을 분리해 관리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보험사가 고객의 장애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관련된 차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역효과도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금 지급 등 중요 정보를 전달할 때 가입자의 장애에 대해 알지 못하다 보니 엉뚱한 방식의 안내가 이뤄져 불편은 물론 쓸데없는 비용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에게 음성 전화 안내를 시도하거나, 시각 장애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웃지 못 할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와 현장 영업인들 사이에서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규정 적용이 장애인과 보험사 서로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가이드라인의 관련 내용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권위 가이드라인의 기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보험업계의 실질적 여건보다는 장애인 차별 해소라는 관점에만 집중하다보니 현실에서는 걸림돌이 되는 측면도 있다"며 "보험의 특성 상 가입 이후 고객과 보험사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장애인 차별금지 가이드라인에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조속히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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