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에 사과’ 왜 빙상연맹이 아닌 이승훈이?
올림픽 끝났지만 노선영 사태 해결은 아직 미궁
빙상연맹 뒷짐 진 가운데 이승훈이 먼저 사과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지구촌 대축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25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뜨거웠던 겨울 축제를 마쳤다.
하나된 열정(Passin.Connected)’을 대회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 2월 9일 개회한 지구촌 최대의 겨울 스포츠 축제는 대회 기간 내내 감동과 환희로 뒤덮이며 전 세계인들이 뇌리 속에 기억될 일만 남았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은 자원 봉사 처우 문제와 노로 바이러스 등 악재도 뒤따랐지만 발 빠른 움직임과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대회초반 쏟아진 우려의 눈초리를 씻고 성공적인 대회운영이라는 평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선수단은 당초 목표로 했던 종합 4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6개 종목서 역대 최다 메달을 획득하며 동계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밝은 이면에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 부실, 파벌 등 어두운 면도 존재했다. 특히 빙상연맹의 구조적 문제점 또는 특정 고위 인사에 집중된 권력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메달이라는 성과에 가려진 빙상계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문제점을 또 다시 묵과한다면 한국 빙상은 4년 뒤 또 다른 망신을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노선영 사태, 사과해야 할 당사자는 어디에?
지난 19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여자 팀추월 경기에 나선 대표팀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당시 여자 대표팀이 보여준 팀워크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한국은 레이스 막판 노선영이 앞선 두 명의 선수와 간격이 크게 벌어졌지만 김보름과 박지우는 제 갈 길만 가기 바빴다.
경기 직후 김보름은 “같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많이 연습을 해왔다. 마지막에 (노선영이) 저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결과가) 아쉽게 나온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경기 직후 김보름과 박지우는 실망감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노선영에게 그 어떤 위로도 건네지 않아 큰 실망감을 안겼다.
여자 대표팀의 팀워크 논란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시각이다.
올림픽 직전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대표팀에서 빠진 노선영은 이승훈, 김보름 등 한체대 출신 특정 선수들이 모교에서 특별 훈련을 하고 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팀추월은 지난해 12월 이후 훈련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고 폭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노선영이 다시 올림픽에 나서게 됐지만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분위기는 당연히 좋을 리 없었고, 결국 ‘왕따 논란’을 일으킨 촌극이 경기 중에 발생하고 말았다.
이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맏형 이승훈이 노선영에게 직접 사과를 전했다.
이승훈은 매스 스타트메달 획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른 선수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며 사실상 노선영에게 사과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아직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노선영은 지난 23일 “대회가 모두 끝나고 하고픈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자세한 부분에 대해선 다 끝나고 이야기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향후 노선영의 발언에 따라 이번 사태는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모든 것을 방관한 빙상연맹의 안일한 처사다. 이에 상처를 받는 것은 결국 선수들뿐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빙상연맹 고위 임원들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이승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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