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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심석희, 평창이 끝은 아니다


입력 2018.02.22 22:20 수정 2018.02.22 22:21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1000m에서 스퍼트 도중 최민정과 충돌로 넘어져

개막 전 불상사 딛고 힘겹게 최선의 레이스 펼쳐

레이스 도중 넘어진 심석희.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심석희(21)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에서 금, 은, 동메달을 각각 하나씩 따냈다.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 우승 포함 3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내달렸다. 그의 나이 만 17세였다.

4년이 흘렀다. 대한민국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렸다. 심석희는 2017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 3위, 2017-18시즌 ISU 월드컵시리즈 세계랭킹 1000m 3위, 1500m 2위에 올랐다. ‘막내’에서 ‘기둥’으로 성장한 만큼 맹활약이 기대됐다.

대회 개막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에게 손찌검을 당했고, 그 충격으로 선수촌을 이탈한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감정하나 조절하지 못하고, 폭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폭행 피해자가 심석희란 사실은 충격을 배가시켰다.

그러나 심석희는 프로였다. 올림픽을 앞둔 만큼 이틀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주장’의 역할과 책임을 다했다. 20일 열린 3000m 계주에서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며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4년 전 소치에서 막판 대역전극으로 3000m 계주 정상을 탈환했던 모습과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심석희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인전 성적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10일 여자 500m 예선에서 스타트가 늦어 아쉽게 탈락했다. 17일 1500m 예선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준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2일 밤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도 다르지 않았다. 심석희는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듯 보였다. 1000m 예선을 가볍게 통과했고,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이번 올림픽 3관왕에 도전한 최민정도 1000m 결승에 오르며 동반 메달 획득 가능성이 컸다.

메달은 없었다. 마지막 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이 충돌했다. 최민정을 추월하려던 심석희는 실격 판정까지 받았다.

한국이 메달을 추가하지 못한 것은 크게 아쉽지 않다. 이 순간을 위해 4년간 땀 흘린 ‘여제’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심석희는 아직 어리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1000m는 메달 획득이 유력했다. 심석희는 1000m 세계랭킹 3위였고, 최민정은 1위였다. 역대 올림픽 성적도 훌륭했다. 지난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과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전이경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진선유,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박승희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6차례 올림픽에서 무려 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던 1000m였기에 아쉬움이 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은 이날 1000m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심석희는 ‘주장’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대회였다. 그러나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1000m에서 최민정과 충돌도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였다.

심석희는 아직 어리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중심에 설 수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번 대회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 다시 한 번 날아오를 기회가 있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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