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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사태' 산은의 침묵이 화 키웠다


입력 2018.02.21 06:00 수정 2018.02.21 06:48        부광우 기자

"떠나도 문제없다" 호언장담 근거 된 2010년 합의서

철수 현실화하자 유명무실…비공개 유지에 의문 증폭

한국GM 철수 사태에 대한 KDB산업은행의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산은이 7년 째 실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GM과의 협약에 대한 의문부호는 점점 커지고 있다.ⓒKDB산업은행, 게티이미지뱅크

한국GM 철수 사태에 대한 KDB산업은행의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GM이 한국 시장에서 빠지더라도 문제가 없다던 과거의 호언장담과 달리 막상 철수설이 현실화하자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GM이 장기간 진행한 여신 관리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아 7년 째 협약 실체를 공개하지 않는 배경에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GM은 지난 2010년 12월 한국GM의 장기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당시 산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에 양 측이 합의하고, 이를 통해 한국GM이 독자 생존을 위한 생산·수출·라이센싱(기술권) 등의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관련 현황을 해마다 살피고 해당 협약을 점검해 장기경영계획 목표 미달 시 치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GM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시설물과 기술을 그대로 남겨 놓는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GM은 산은과의 협약 이후 도리어 한국 시장 철수 움직임을 빠르게 가져갔다.

실제 2010년 이후부터 한국GM은 독자 개발 신차 출시가 급감하고 본사로의 연구개발 비용 지출이 증가했다. 또 스파크EV 등 미래차 생산중단 등 한국GM의 독자 생존 능력을 떨어뜨리는 조치가 이어졌다. 이에 한국GM의 수출량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GM은 산은이 내세웠던 협약의 골자와 정반대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산은이 GM과의 협약에 담긴 내용 중 불리한 부분은 감추고 유리한 점만 강조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숨긴 부분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또한 산은을 향한 비판의 시선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어느 쪽 시선으로 바라보든 산은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알았다면 은폐, 몰랐다면 무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대표 국책은행으로서 이런 현실을 그 동안 정부에 알리지 않아 온 정황에도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조금 늦었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알고 있는 사실을 공유해 대비에 나섰더라면 충격파를 다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지금까지도 GM과 합의한 세부 항목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산은의 태도는 의문을 더욱 키우는 지점이다. 정치권 등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산은은 GM과 협약을 맺은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산은이 장담했던 것처럼 한국GM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놨다면 GM 본사의 철수에 걱정할 것이 뭐가 있겠냐"며 "2010년 채결한 GM대우 장기발전 합의서 내용 일체를 오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 GM이 지난 7년 간 한국GM의 국내 금융권 여신을 없애 온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당시 한국GM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산은은 협약 전까지 수조원에 달하는 한국GM의 국내 금융권 여신을 활용해 한국GM을 법정관리로 넘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도움이 절실했던 GM이 일단 산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협약의 맹점을 이용, 위험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국내 금융권 대출 정리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해 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GM이 수년 간에 걸쳐 한국 법인의 국내 금융 여신을 제로로 만들었다는 점은 사실상 장기적인 철수 계획을 갖고 있다는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목으로, 결국 산은이 이를 저지할 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했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실만 놓고 보면 산은이 안전장치로 강조했던 협약이 실체보다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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