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간판 변액보험 수익률 '극과극'
25개 생보사 10년 전 판매 대표 상품 평균수익률 9.1%
ING생명 수익률 –1.9% 유일한 손실, "신뢰부터 쌓아야"
생명보험사들의 간판 변액연금보험의 10년 간 누적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ING생명은 최근까지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여전히 해약 시 원금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적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변액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영업에만 목을 매지 말고 수익률부터 제대로 관리하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생보업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던 대표 변액연금보험 상품들이 지난해 3분기 말까지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대 수익률은 평균 9.1%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1월 1일에 40세 남성이 60세 연금개시 조건에 월 보험료 30만원씩 10년 납으로 가입했을 경우를 가정한 결과다. 이후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비, 위험보험료, 보증비용 등 보험사가 가져가는 몫을 뺀 다음 가입 가정 시점부터 기준 시점까지 매달 각각의 변액연금에 편입된 실제 펀드별 수익률을 적립금 비중으로 가중 평균해 적용했다.
이에 따르면 10여년 전 국내 생보사의 주력 변액연금에 가입한 일반적인 고객들이 지금 계약을 해지하면 그 동안 납부해온 보험료 원금 총액 대비 9%가 약간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품별로 들여다보면 격차는 상당했다. ING생명 무배당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적립형) 상품의 조사 대상 기간 총 수익률은 -1.9%에 불과했다. 이 상품에 계약한 고객은 가입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해약할 경우 납입해 온 보험료만큼의 돈도 못 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해당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변액보험은 무배당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적립형)뿐이었다.
이밖에 PCA생명의 무배당 PCA 골드라이프변액연금보험(2.0%)과 ABL생명의 무)알리안츠프라임변액연금보험(2.1%), 신한생명의 무배당 해피라이프변액연금보험(6.8%), 동양생명의 (무)변액연금Ⅲ(적립-확정)(7.3%), 한화생명의 (무)대한변액연금보험Ⅱ(8.9%), 푸르덴셜생명의 (무)변액연금보험 1종(9.2%) 등의 최근 10년 추정 수익률이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최근 이 같은 변액보험 상품의 수익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고객과 보험사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관련 보험 상품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1~10월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수익은 1조583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03억원) 대비 49.3% 급증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변액보험에 시선이 쏠리는 배경은 수년 간 이어진 초저금리 흐름이다. 이에 투자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변액보험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 졌다는 얘기다. 변액보험은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생보업계의 주요 투자 상품으로 보험과 펀드를 결합한 형태다.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생보사들 입장에서도 IFRS17 본격 시행을 앞두고 변액보험 영업에 한창이다. 2021년 도입되는 IFRS17의 핵심은 시가 기준의 부채 평가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런데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여서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지 않는다.
향후 변액보험 시장 성패의 관건은 결국 수익률이다. 변액보험이 오랜 기간 운용해야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가입한 지 10년이 지나도 손해를 보거나 원금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머무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변액보험 시장의 성장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면 일단은 판매 확대를 이끌어 낼 수는 있겠지만, 과거에 판매했던 상품들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아 근래 들어 변액보험에 들면 손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장기적인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가입자들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만한 수익률을 돌려주며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