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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Korea] "안정적이고 편하니까"…'공무원' 꿈꾸는 대한민국 청년


입력 2018.01.03 09:19 수정 2018.01.03 09:21        조현의 기자

취준생 10명 중 4명 공시생…"안정성이 최고"

공무원들 "취준생 때 기대하던 삶과 달라"

공무원 열풍이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17만 명이 몰렸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39.4%)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공무원 준비에 돌입하거나 수능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딩족(공무원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도 등장했다. 하지만 공직에 대한 사명감보다 안정적이고 편하다는 이유로 공직사회를 선택할 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등학생 꿈도 '공무원'…수능 대신 공시 준비하는 청소년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해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17만 명이 몰려 전년에 이어 역대 최다 응시인원 기록을 경신했다. 지방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 경쟁률은 무려 129.6대 1을 기록했다.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다.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란에는 과학자나 화가 대신 공무원이 쓰인 지 오래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29세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국가기관(25.4%)'이 1위로 꼽혔다. 대기업(15.1%)이나 창업(11.3%)보다 선호도가 2배가량 높은 실정이다.

대학 진학 대신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청소년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공개채용 시험에서 18~19세 응시자는 3156명이었다. 공무원학원 '에듀윌'에 따르면 인터넷 강의를 듣는 10대 수강생 비율은 2015년 10%에서 지난해 32%로 늘었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는 아예 '대입 종합반' 형태로 고등학생들을 위한 특별반도 등장했다.

"적어도 잘릴 일 없어"…안정성 찾는 청년층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A씨(29)는 졸업 후 2년 동안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다 최근 공무원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A씨는 "언론사 입사에 수십번 낙방한 후 사기업 대신 공무원 시험을 택했다"며 "졸업 후 공백 기간이 길어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대기업 입사가 힘들 바에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청년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9급 지방 기술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28)는 "직업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이라며 "적어도 (직장에서) 잘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응답자들 가운데 55.2%가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로 정년 보장을 꼽았다.

우리나라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39.4%)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연합뉴스

공무원들 "취준생 때 기대하던 삶과 달라"

다만 바늘구멍을 뚫고 합격한 공무원들은 취업준비생 때 기대했던 공무원의 삶과 현실 간 격차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급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C씨(28)는 "생각보다 일이 많고 '칼퇴'(정시퇴근)도 힘들다"며 "취업준비를 할 때 이 정도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억울할 정도로 바쁘다"고 토로했다.

7급 지방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D씨(34)도 "업무 집중도가 높을 것 같아 공무원을 택했는데 생각보다 업무 외(다른) 일이 많다"고 했다.

특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경우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7급 세무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E씨(30)는 "20~30년차도 새로운 사안을 접할 때는 관련 법령을 찾아보는 등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E씨는 "안정성과 편안함만 추구한 경우 퇴직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며 "단순히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지원한다면 기대하는 삶과는 괴리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생 F씨(23)는 공무원 열풍에 대해 "주변에서 꿈은 없고 취업은 해야 해서 공무원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업이 자아실현이 아닌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G씨(30)도 "국가 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 부정적"이라며 "인재들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보단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서 '가늘고 긴' 인생을 추구한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조현의 기자 (honeyc@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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