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보험사 CEO 인사 태풍 조짐
구한서·안양수 연임 힘들듯…오익환·권오훈 실적 악화에 한숨
김정남·김용범·박윤식 그룹 내 눈도장 받으며 탄탄대로 전망
무술년 새해 초반부터 보험업계에 최고경영자(CEO)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나란히 임기가 끝나는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과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 안양수 KDB생명 사장, 오익환 DGB생명 사장,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 등은 자리를 장담하기 힘든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은 그룹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으며 장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하는 분위기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당 CEO들의 임기는 오는 3월 중에 끝나거나 2018년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종료된다. 통상 3월에 정기주총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식 임기는 모두 두 달여 정도 남은 셈이다.
구한서 사장은 지난해 10월 뤄젠룽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 동양생명의 매각 과정에서 버팀목 역할을 한 공로가 적지 않지만,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이 끝내 중국인 CEO를 함께 사장에 앉히면서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이다.
김현수 사장은 회사 실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실제 롯데손보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783억원, 당기순이익은 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7.4%와 340.0% 급증했다.
문제는 끊이지 않는 매각설이다. 특히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을 위해 지난해 11월 진행한 후순위채 발행 당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를 거두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안양수 사장은 임기 종료가 임박한 보험사 CEO들 가운데서 입지가 가장 불안하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까지 528억원의 영업손실과 5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9월 말 116.2%로 보험업계 최하위 수준까지 떨어졌다. RBC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가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권고를 받게 된다.
이에 KDB생명은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자구안을 시행,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3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약속받으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안양수 사장은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오익환 사장과 권오훈 사장 시원치 않은 성적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DGB생명의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 급감했다. 하나생명의 당기순이익 역시 11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4% 줄었다.
반면 김정남 사장은 안정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가며 3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30년 넘게 DB손보에 몸담고 있는 김정남 사장은 2010년 DB손보의 수장이 된 후 이미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CEO로서도 장수하는 모양새다. DB손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6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증가했다. 이미 세 분기 만에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이었던 2016년 순이익 5338억원을 넘어섰다.
그룹 내에서 확실한 재신임을 받은 김용범 부회장과 박윤식 사장의 입지도 단단하다. 지난해 말 진행된 인사에서 김용범 부회장은 사장에서, 박윤식 사장은 부사장에서 승진하며 그 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 배경 역시 회사의 준수한 성적이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3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9%나 늘었고, 한화손보의 순이익도 같은 기간 대비 40.7% 증가한 1348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다수의 보험사 CEO들의 운명이 조만간 갈릴 것으로 보이면서 보험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새 얼굴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연임의 최대 관건은 결국 회사의 실적"이라며 "최근 업계의 분위기로 미뤄보면 구원 등판하는 보험사 CEO는 기존에 잘 알려진 인사가 아닌 젊은 피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