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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같은 100억 아닌 ‘FA 꼼수 계약’


입력 2017.11.09 10:36 수정 2017.11.11 08: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과거 대형 FA들 축소 발표에서 자유롭지 못해

FA 시장 크게 어지럽히는 악습 반드시 근절해야

KBO리그 FA 역대 최고액 순위. ⓒ 데일리안

KBO리그 FA 시장이 개장 사흘째를 맞았지만 아직 대형 계약은 감감무소식이다.

18명의 FA 대상자 중 문규현이 롯데에 총액 10억 원에 잔류하며 포문을 열었지만,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개장 초반은 눈치를 살피며 정중동 자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외야수 자원이 특히나 많이 쏟아진 가운데 손아섭과 강민호, 정근우, 민병헌 등이 대어급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유턴파 황재균과 김현수까지 가세하면 역대급 돈 잔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문제는 역시나 금액이다. 지난 시즌 100억 원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FA 몸값 거품 현상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KBO리그의 시장 규모와 구단들의 적자 운영을 감안할 때 과도한 액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초대형 계약을 먼저 발표할 경우 야구팬들의 비난을 그만큼 먼저 맞게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비슷한 레벨의 선수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눈치 싸움까지 이어지며 대형 FA들은 개장 초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은 혹시 모를 ‘꼼수 계약’ 발표다. 너무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실제 합의된 액수에서 크게 줄인 축소 발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꼼수 계약’은 이미 야구계에 널리 퍼진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2013년 역대 최고액 기록을 새로 쓴 강민호는 4년간 75억 원에 롯데 잔류를 택했다. 이 때 많은 말들이 나왔다. 75억 원의 금액이 세후, 즉 선수가 고스란히 받는 보장 액수이며 세금을 감안할 때 실제 계약 규모는 92억 원에 달한다는 목소리였다.

같은 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도 한화와 70억 원에 계약했지만, 곧바로 전 소속팀 SK가 “70억 원까지 제안했다”고 발표하며 의혹이 가중됐다. 이듬해 투수 최대어였던 장원준은 롯데의 88억 원 오퍼를 뒤로 하고 두산과 84억 원에 계약했다. 장원준에게는 여전히 6년 계약설이 따라붙고 있다.

‘꼼수 계약’은 매년 등장하는 모습이다.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사상 첫 100억 원의 계약을 맺은 선수다. KIA 구단은 발표 당시 100억 원의 액수만 공개했을 뿐 옵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형우에게는 최대 25억 원의 플러스 옵션이 붙어있다고 전해진다.

SK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부상을 안고 있었던 김광현은 소속팀과 4년간 85억 원에 계약했다. 야구팬들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액수였다. SK는 이에 대해 플러스 옵션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내용과 액수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LG 차우찬도 ‘꼼수 계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 중 하나다. 차우찬은 올 시즌을 앞두고 투수 역대 최고액인 95억 원에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의 100억 원 계약을 거절하고서 말이다. 결국 LG는 일부 언론을 통해 플러스 옵션이 있음을 인정했다. 옵션 규모는 약 15억 원이며 내용 역시 달성하기 아주 쉬운 조건들이 따라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FA최대어로 불리는 김현수(왼쪽부터)-손아섭-강민호-민병헌-황재균. ⓒ 연합뉴스

이에 대해 KBO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단 KBO는 구단이 전달하는 ‘꼼수 계약’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실제 계약이 어땠는지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면계약서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을 뿐, 특급 FA라면 꼭 챙겨야할 ‘권리’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일부 선수들의 예상 액수가 흘러나오며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부담을 느껴 결국 축소 발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예상되는 그림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나오는 단어가 바로 ‘다운계약서’다. 세금을 탈세하기 위한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실거래가를 왜곡시켜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크게 어지럽히는 악습으로 불린다.

물론 야구 FA의 경우 이면계약서를 쓰더라도 실제 금액에 맞춰 세금을 신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꼼수 계약’이야말로 선수의 몸값을 높이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는 FA 거품의 발원지가 아닌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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