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증자 삐걱…주주이탈 가시화되나
1000억원 규모 증자에 주주 1/3가량 불참…4%지분 MDM 새 주주로
연내 1500억원 추가 증자에 주주들 의견 엇갈려…일부 이탈 가능성
케이뱅크가 1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한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주주사들이 불참하는 등 최근 '케이뱅크 2.0 시대' 선언이 무색해지고 있다. 연내 1500억원을 추가 증자하겠다고 밝힌데다 언제까지 돈을 투입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이탈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이달 실시하는 1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19곳 주주 가운데 7곳이 불참하기로 했다.
지분 8%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 중에서는 케이지(KG)이니시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고, 1~4% 지분의 소액주주는 알리페이와 모바일리더 등 6곳이 불참했다.
일부 주주의 이탈로 인한 실권주가 발생하자 케이뱅크는 새로운 주주 충원에 나섰고 한국자산신탁 등을 자회사로 둔 부동산 전문기업 엠디엠(MDM)이 참여함으로써 주주사는 20개가 됐다.
MDM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신주 120억원 상당을 인수하면서 비금융사가 보유할 수 있는 최대한도인 4%에 달하는 지분을 갖게 된다.
케이뱅크는 당초 19개 주주사로부터 각 지분 비율에 따라 총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1/3가량의 주주사가 불참하면서 868억원만 모집된 상황이었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올해 연말까지 1500억원을 추가로 증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주사들의 의견이 계속해서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9.4%지분을 보유한 다날의 경우 1차 청약 당시 불참을 선언했다가 케이뱅크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지지만 추가적인 증자에 동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다 전년에도 25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150억원에 달하는 돈을 케이뱅크에 쏟아 붇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다날 이외에 다른 소액주주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아 결국 케이뱅크는 새로운 주주 모집으로 증자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광화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주주사 중 일부는 연말 증자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으며 그 경우 새로운 주주사를 모셔올 계획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새로운 주주의 영입이 지속될 경우 주주사 일부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팔고 손을 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늘어나는 주주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데다 흑자전환이 2020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케이뱅크에 계속해서 돈을 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한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는 “기존보다 주주가 늘어나는 등 지분 변동도 부담스럽지만 언제까지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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