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예선 수난사, 역대 최다패 및 실점 굴욕
우즈벡과의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0-0 무승부
어렵게 본선행, 이대로 가면 월드컵에서 망신
한국 축구가 이란의 도움을 받아 머쓱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A조 10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4승 3무 3패(승점 15)를 기록한 한국은 시리아가 이란과 비기면서 순위 변동 없이 러시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사실상 어부지리 본선진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팀은 이번 최종예선을 치르며 역대 최악의 경기력을 거듭, 9회 연속 본선행 무산 위기에 놓였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중국과의 홈경기서 3-2 승리했지만 한 수 아래 상대에 2골이나 내주며 불안감을 노출한 것. 이후 중립 지역에 열린 시리아와의 원정에서 무득점 무승부에 그친 한국은 카타르에 다시 2실점 신승을 거뒀고, 지옥과도 같은 이란 원정에서 졸전 끝에 0-1 패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서 2-1 승리로 한숨 돌린 한국은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했고,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결국 지난 6월 카타르 원정에서 2-3으로 패하자 사령탑을 바꾸는 어수선한 상황에 놓인다.
구원 투수는 올림픽 대표팀을 맡았던 신태용 감독이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역시 부진에 빠진 한국 축구의 체질을 개선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최근 두 차례 열린 최종 예선 두 경기 모두를 0-0으로 마무리해 대표팀 감독 데뷔전 첫 승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 본선행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하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한 2002 한일 월드컵을 제외한 8차례 예선을 살펴보면 이번 대회의 성적이 가장 좋지 않다.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이었던 1986년, 1990년 대회에서는 아시아의 호랑이로 명성을 떨치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에 올랐다. 물론 세계의 벽은 높았고 무승부조차 힘겨워보이던 시절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은 하마터면 일본에 밀려 본선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일명 ‘도하의 기적’이 일어나며 한국에는 축복, 일본에는 비극이 내려졌다.
아시아 지역 최조예선 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차범근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승점 19(6승 1무 1패)라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본선행 티켓을 잡았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는 등 다시 한 번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눈은 높아졌다. 해외 진출 선수도 많아졌고, 이제는 세계적 강호들과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허정무 전 감독이 이끌었던 2010 남아공 대회에서는 무패 및 역대 최소 실점(1986, 1990대회 제외)으로 아시아 지역을 통과했고, 사상 첫 원정 16강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2 월드컵 주역들이 모두 은퇴한 2014 브라질 대회 예선에서는 최강희 감독이 최종 예선만 이끈다는 조건 아래 사령탑에 올랐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후 준비되지 않은 홍명보 감독을 성급히 선임했다가 본선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은 역대 최다패(3패) 및 최다 실점(10점)의 불명예를 안고 출항하게 된다. 경기력은 분명 좋지 않았지만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앞으로 10개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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