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락펴락’ 케이로스에 휘둘리는 한국 축구
이란 대표팀 부임한 뒤 1무 4패로 절대 열세
독설과 심지어 '주먹 감자'까지 상대 흔들기
한국 축구가 이번에도 이란전 악몽을 떨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4승 2무 3패(승점 14)를 기록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 패하는 바람에 어렵게 2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란은 서아시아를 대표하는 전통의 축구 강국이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못지않은 피지컬을 앞세워 선 굵은 축구를 지향했지만 최근에는 수비적인 전술, 즉 ‘침대 축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등 악명이 자자하다.
한국과는 몇 차례 충돌로 인해 라이벌 구도까지 형성된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 축구 팬들에게 ‘밉상’ 이미지가 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이 워낙 많은 독설을 쏟아내고 심지어 ‘주먹 감자’ 사건까지 일으키는 등 말썽만 부리는 지도자로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그는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명장에 속한다.
실제로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1991년 포르투갈 대표팀을 시작으로 스포르팅 리스본, 나고야, UAE, 남아공,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수석 코치를 맡아 알렉스 퍼거슨을 보좌하기도 했다.
이란 대표팀에서도 케이로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는 지금까지 74차례 경기를 치러 이란 대표팀 역사상 최장수 및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성적 역시 46승 20무 8패(승률 62.2%)로 아주 뛰어나며 이란을 2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으로 이끈 공이 있다.
케이로스 감독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나 심리전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맨유 시절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인데 경기 전 상대 감독 또는 선수 흔들기에 나서 주도권을 움켜쥐려한다.
그리고 한국 축구가 케이로스의 심리전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임시 사령탑이었던 최강희 감독은 독설로 선제 공격에 나섰지만 2전 전패로 결과물을 얻지 못했고, 심지어 ‘주먹 감자’ 사건으로 굴욕까지 당했다.
자신 못지않은 경력을 자랑하는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어찌된 일인지 상당히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선수들 또는 경기장 환경 등을 탓하며 투덜대는 등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경기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이란 대표팀은 여유가 넘쳐흘렀다. 심지어 경기 후에는 손흥민에게 유니폼을 달라는 등 상당히 온순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로스의 심리전은 대표팀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경기 전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말 한 마디는 경계 대상이었고, 심지어 해석까지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그가 이번 서울 원정에서 의도적으로 던진 메시지는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로스가 부임한 뒤 한국 축구는 이란을 상대로 1무 4패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전까지 4전 전패였다가 이번 경기서 비로소 무승부의 성과(?)를 올린 대표팀이다. 이란과는 앞으로 아시안컵 등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케이로스 감독이 장기 집권을 하게 된다면 악몽을 떨쳐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해 보이는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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