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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무색한 무항생제 인증 시스템, 과연 실효성 있었나?


입력 2017.08.17 16:29 수정 2017.08.17 16:35        이소희 기자

친환경 반칙했지만…“친환경 딱지 떼고 팔면 제재 못해”

친환경 반칙했지만…“친환경 딱지 떼고 팔면 제재 못해”

살충제 계란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친환경 인증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실시하고 있는 농가 전수조사에도 부실의혹이 제기되는 등 전반적인 시스템 부재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친환경 인증 농가 계란은 살충제를 비롯한 농약 등을 전혀 쓸 수 없는 무항생제 계란으로 출하돼 소비자에게 다소 비싸지만 안전한 먹거리로 팔려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 전수조사에서 전체 친환경 876농가 중 알을 낳지 못하는 병아리급과 AI파동 이후 휴업하는 등 일부 농가를 제외한 68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한 결과 17일 오전까지 침환경 인증기준에 미흡한 농가는 63개 농가에 달했다. 거의 1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중 부적합 농가는 28농가였으며, 친환경 기준만 위배한 농가는 35개 농가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의 계란은 전량 회수 폐기 조치 중이다.

일반 농가의 부적합 사례 4곳까지 포함하면 67개 농가로 늘어난다.

이들 농장은 친환경으로 인증돼 농약 성분을 사용할 수 없음에도 금지된 살충제 성분으로 인체에 해를 끼치는 ‘피프로닐(6곳)’과 ‘비펜트린(23곳)’, ‘엑토사졸(1곳)’, ‘플로페녹수론(2곳)’ 등이 전국의 농장에서 검출됐다.

이처럼 무농약 친환경 인증 농가의 무차별한 농약 사용은 과거 정부에서 인증제를 실시하다가 몇 년 전부터 민간 주도로 이양돼 돈벌이 수단이나 관리 책임이 소홀해지면서 인증제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등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것만 봐도 관리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다.

1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한 산란농가에 '13정화' 일련기호가 표기된 계란이 폐기 처분을 앞두고 쌓여 있다. 해당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은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검출됐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친환경 인증 농가가 친환경 딱지를 떼고 기준치 이하의 검출만 확인되면 다시 일반 계란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게 더 문제다. 국민들의 먹거리 불안감은 고려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허태웅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번 사태가 정리되면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우리 국민들 감정이나 정서에 따라서 그게 타당하냐, 안 하냐의 문제와 달리 현행법상으로 농가들이 일반 계란으로는 시중에 유통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게다가 친환경 인증 농가에는 농가별 평가별로 차등은 있지만 정부에서 연간 2000만원~3000만원가량의 직불금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나 총체적인 심각성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철 들어 폭염으로 인한 진드기 발생 등에 대해 다른 환경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함에도 손쉽게 농가들이 살충제를 쓰지 않았나하는 추측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농가 전수조사 또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샘플을 수집해 검사한 게 아니라 농장주들에게 계란을 특정 장소에 모아두게 하고 이를 가져가 검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일부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며 “AI 문제 이후에 농장주들이 출입을 불허하는 경우가 있었고 표본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재검하기로 했다”면서 “일부 표본에 문제가 있는 121곳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안일한 대응으로 살충제 계란 사태를 초래하고도 수습조차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정부는 17일까지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에 대한 살충제 사용 전수검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시료 채취 지침을 어긴 농장에 대해 계란 출하정지를 연장하고 재검사를 실시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부적합 판정 농가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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