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 남북대화 의지 외면하는 북…'베를린 구상' 향배는?
북, 남북관계 회복 노력에 '무반응'…미 겨냥한 도발 지속
미-북 '강 대 강' 대립에 동력 잃어가는 '베를린 구상'
북, 남북관계 회복 노력에 '무반응'…미 겨냥한 도발 지속
지난 7월 6일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베를린 구상'이라고 불리는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나갈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된 현 시점에도 '베를린 구상'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회복 의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도발을 지속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은 문 대통령은 출범 직후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를 위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신청을 승인하며 단절된 남북교류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남북회담을 제안하며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민간단체의 방북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는가 하면 정부의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의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일체 호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북 '강 대 강' 대립에 동력 잃어가는 '베를린 구상'
특히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잇달아 실시하며 미국과 '강 대 강'으로 맞서는 국면이 전개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두 차례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새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를 채택해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마련된 안보리 결의안에 북한은 거세게 항의하며 이례적으로 '정부 성명'을 통해 '정의의 행동'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실제 북한은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도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정부는 여전히 '제재와 대화의 병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전개되면서 제재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압박' 쪽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 분위기도 고조될 것으로 예상돼 '베를린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북한은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고, 미국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미-북 간 팽팽한 대결 국면 속 정부의 '베를린 구상'은 당분간 계속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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