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대 눈앞’ 손승락, 부상 넘어 모범 FA 사례로
어깨 부상, 오른손 저림 증상 등 악재
부상, 부진 이겨내고 롯데의 뒷문 굳건히 지켜
마무리 투수만큼 등판 일정을 종잡을 수 없는 보직도 없다.
소속팀이 매번 끌려다니는 경기를 하거나 반대로 타자들이 너무 잘해서 세이브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등판이 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관련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10년 전 히어로즈의 외국인 마무리 투수였던 다카쓰 신고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장마와 팀 연패 등이 겹쳐 다카쓰가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좀체 오질 않았다. 당시 다카쓰의 한-미-일 프로야구 도전과 관련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한국에 와있던 제작진이 그로 인해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대로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승부가 계속될 경우 다소 무리한 연투가 불가피하게 이어지기도 한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롯데가 그랬다. 분위기에 따라 연승과 연패를 왔다 갔다 했지만 공통적으로 항상 3점차 이내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에 롯데 불펜의 핵심이던 손승락은 등판이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150km 안팎의 패스트볼과 140km 중반대의 커터를 구사하는 등 최고 수준의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손승락이지만 그는 올 시즌 36세의 노장급 투수다. 순위 경쟁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연투를 할 수 밖에 없는 팀의 마무리 자리를 버텨내기 쉽지 않은 나이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손승락의 여름나기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미 올스타전을 앞두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올스타전에서도 늘 전력투구를 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였지만 올해 올스타전에서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 1군에 머무르고는 있지만 후반기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그의 표정을 봐도 그가 얼마나 힘겹게 싸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롯데는 LG를 상대로 통한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지난 2일 경기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9회 동점 상황에서 등판한 손승락이 2아웃을 잡은 후 오른손 저림 증상을 호소하며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간 것이다. 웬만한 연투는 티도 안내고 버텨내던 손승락이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승락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틀 후인 4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세이브 상황이 오자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1.1이닝 총 4개의 아웃카운트를 완벽하게 책임지며 롯데의 연패를 끊었고 시즌 21세이브 째를 올렸다. 4위 LG에게 시리즈 스윕을 당하며 최악의 분위기에 몰렸던 롯데는 손승락 덕에 연패를 끊어내며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최근 2개월 안정된 피칭과 달리 시즌 초반, 손승락의 모습은 불안했다. 적은 표본이지만 피안타율이 4할에 육박했고 세이브 상황에서도 주자를 항상 출루시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었다. 일각에서는 장시환이나 윤길현으로 롯데의 마무리를 교체하는 편이 낫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손승락이 본인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그는 본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통산 2번째로 6년 연속 20세이브 고지를 점령하기도 했다.
안정을 되찾은 손승락은 어느새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 현재 21세이브로 세이브 선두 임창민의 23세이브 기록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마무리 투수 대란 속에서 2.1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가장 뛰어나다.
60억 FA 투수치곤 아쉬웠던 지난해 성적을 잊게 할 만큼 올 시즌 손승락은 가치에 걸맞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거액의 FA 계약을 따낸 노장 선수가 부상을 이겨내고 보이는 활약이라 더욱 빛나 보인다.
“위기를 막는 게 내 임무다”라고 덤덤히 말하며 팀의 승리를 굳건히 지키는 손승락의 모습은 롯데 젊은 투수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고 있다. 훌륭한 성적 뿐 아니라 그의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이 후배 투수들에게도 이어진다면 롯데의 손승락 영입은 오버페이가 아닌 성공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글: 이정민, 김정학/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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