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북제재 시사하던 미, 북에 '대화' 신호?
틸러슨 비핵화 전제로 "북한과 앉아 대화 바란다"
"북 정권교체·붕괴 추구 안해" 미국 내 강경론 일축
틸러슨 비핵화 전제로 "북한과 앉아 대화 바란다"
"북 정권교체·붕괴 추구 안해" 미국 내 강경론 일축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단토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시사하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무기로 미국과 역내 국가를 공격하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그들(북한)이 그것을 이해하고, 앉아서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정권 교체와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38선 이북에 우리의 군대를 보내기 위한 구실도 찾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ICBM 시험발사 이후 북한의 정권교체에 초점을 맞춘 대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미국 내 일각의 요구를 일축하고, 선제타격 등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일 본보에 "이번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미국 내 긴장설,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부원장은 미국의 대화 언급에 대해 "대북 압박정책의 합리성,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미국의 대북제재·압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틸러슨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당신(북한)의 적이나 위협이 아니지만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이에 대응해야만 한다"며 "북한의 위협은 우리가 예상했던 방식대로이며, 북한은 우리에게 북한 문제의 긴급성을 보여줬다"고 말해 북한이 야기하는 안보 위협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에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전략 도발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과의 동등한 입장에서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미국의 대화 제스처에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 가운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최근 미국 의회가 북한 원유수입 차단 등 전방위 대북 제재안을 담은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을 통과시킨데 대해 '파렴치한 수단', '깡패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변인은 "우리 공화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극단적인 제재 위협은 우리를 더욱 각성·분발시키고 우리 인민의 의지를 천백 배로 굳세게 해줄 뿐"이라며 "미국은 우리 공화국의 종합적 국력과 전략적 지위가 새로운 높이에 올라선 현실을 똑바로 보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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