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한껏 늘린 국민연금 '쪼개기 계약' 눈총
기간제 근로자와 계약 기간 1년 이하 설정
"2년 넘게 고용 시 정규직 전환 의무" 관련법 회피 꼼수
베테랑 비정규직들 뒤늦은 무기계약직 채용 뒤 '자화자찬'
국민연금공단이 비정규직들을 상대로 벌이는 쪼개기 계약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1년이 넘지 않도록 계약을 맺은 뒤 신규 채용하는 형태로 고용을 이어가면서, 같은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했을 때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는 관련법을 피해감은 물론 퇴직금 비용까지 아끼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서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최근 들어 국내 공공기관들 중 비정규직 규모를 가장 많이 불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쪼개기 계약 악용 우려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수 년 동안 공단에서 일해 왔음에도 지난해가 돼서야 무기계약직이 된 200여명의 직원들은 이 같은 행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대표적 사례다.
2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초 신규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들의 근무 기간은 대부분 1년 미만이다.
실제 지난 2월 비정규직으로 247명을 채용하기 위해 진행된 두루누리사회보험 가입서비스요원들의 근무 기간은 같은 달 22일부터 오는 12월 15일까지로 8개월에 약간 못 미친다. 올해 1월에 뽑은 장애심사분야 기간제 근로자 102명의 근무 기간도 같은 달 26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로 1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연말에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이들 중 상당수는 다음해에 다시 신규 채용을 통해 같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근무 기간이 계속 단절되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정규직 전환 권리를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위 기간제법으로 불리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이 같은 계약 방식은 관련 법률의 허점을 파고든 전형적인 케이스다. 기간제법은 2년이라는 기간을 제한한 탓에 사업주들의 쪼개기 계약 식 편법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를 통해 공단은 퇴직금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일주일에 평균 15시간 이상 씩 1년 이상 연속 일한 직원에게 1년 당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급여로 지급해야 한다. 기간제법에 따른 정규직 의무 전환 대상 기간인 2년이 아니라 그 절반인 1년 이하로까지 비정규직 계약 기간을 짧게 잡고 있는 이유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함이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쪼개기 계약은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활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비단 국민연금만의 사례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이 유독 커지는 이유는 이런 계약 형태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국내 350여개 공공기관들 가운데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이었다.
실제 국민연금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468명으로 전년 동기(157명) 대비 331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공공기관 354곳 중 가장 큰 증가폭으로, 유일하게 300명을 넘긴 사례였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무기계약직에 채용된 직원들은 이런 쪼개기 계약의 그늘 아래 있던 전형적인 사례다. 이들 중 상당수는 2년을 한참 넘는 시간 동안 계약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보면 진작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했지만, 국민연금의 쪼개기 계약으로 근무 경력이 계속 단절돼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비정규직들의 처우 개선을 해준 것이라며 자평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을 통해 무기계약직이 된 국민연금 가입지원부 소속 직원들 210명 가운데 지난달 말 기준 재직 인원은 203명으로, 이들 중 과거 국민연금에서 비정규직으로 최소 5년 이상 일했던 직원은 70.0%(14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근무했던 인원도 9.4%(19명)나 됐다. 5년 미만 경력자는 30.0%(61명)였다.
그렇다고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정규직이 된 것도 아니다. 이들이 무기계약직이 되고 나서 처음 받게 된 연봉은 기존 경력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186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국민연금 정규직 평균 연봉 6261만원 대비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정규직 6급갑 1호봉 2910만원보다도 1000만원 넘게 적다. 기간제 신분을 벗어나 고용 안정성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무기계약직의 전형인 셈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쪼개기 계약은 현행 법 구조 상 위법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편법 사례"라며 "많은 기관이나 사업주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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