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 다한 류현진, 75개가 한계 투구수?
LA 에인절스전에서 호투하다 6회 집중타 허용
투구수 75개 이상 넘어가는 시점에서 난조
LA 다저스 류현진이 잘 던지다 6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승리 투수 목전에서 내려왔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서 5.2이닝동안 7피안타 2실점했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당시 0-2로 뒤지던 상황이라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다저스가 경기 막판 점수를 뽑아내며 다행히 노 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이날 류현진은 87개의 공을 던지며 올 시즌 최고의 볼배합과 제구력을 선보였다. 실제로 춤추는 듯한 궤적을 보인 커브에 에인절스 타자들이 연신 헛방망이를 휘두를 정도였다.
제구 또한 훌륭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 곳곳을 찌르는 날카로운 투구는 방망이에 맞더라도 정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고 특히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커터가 큰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마운드에서 조기 강판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류현진은 4회 2사 후 유넬 에스코바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루 상황에 놓였다.
이후 안드렐톤 시몬스의 타구가 왼쪽 발등을 강타, 류현진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했으나 다행히 훌훌 털고 일어났다. 류현진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몸 상태 진단을 받았고, 계속해서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류현진은 6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6회 첫 타자 콜 칼훈에게 2루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이후 앨버트 푸홀스를 삼진으로, 에스코바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안드렐톤 시몬스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그대로 통타당하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위기는 계속됐다. 후속타자 마틴 말도나도와 제프리 마르테에게 계속해서 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결국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하며 강판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은 2사 만루서 후속 투수 데이튼이 담장까지 뻗어나간 타구를 얻어맞았지만, 야시엘 푸이그가 간신히 잡으며 추가 실점은 없었다는 점이다.
이날도 류현진은 87개의 투구 수 중 직구는 단 29개만을 던질 정도로 아끼는 모습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33.3%에 불과하다. 대신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에인절스 타자들을 상대했는데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다 보니 한계가 뚜렷했다.
또한 투구수 75개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치는 점도 문제로 부각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76개의 투구부터 피안타율이 0.372로 치솟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즉, 체력 소진이 많을 때 위험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류현진은 5회까지 72개의 공을 던지며 경제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그러나 사실상 한계 투구수인 75개를 넘어가는 6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날 허용한 7개의 피안타 중 4개가 6회에 집중됐고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
체력 저하는 이닝별 직구 구속에서도 드러난다. 류현진은 1회 89.1마일로 시동을 건 뒤 2회부터 90마일 초반대의 직구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그러다 6회 들어 다시 89.8마일로 떨어졌고, 힘없는 직구 대신 커브로 승부를 하려다 거푸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은 전력으로 100개 투구를 할 체력을 요구한다.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 100개의 투구수는 6~7회를 버티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처럼 70개 정도의 공을 던진 뒤 난조를 보인다면 긴 이닝 소화가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다. 승리보다 패전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