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덕 부회장 PCA생명 '특급 구원투수' 될까
8년 만에 당기순손실…적자의 늪 탈출 관건
가입은 줄고 이탈은 늘고…보험영업 이중고
변액보험 강점…IFRS17 앞두고 시너지 기대
미래에셋생명과의 통합을 앞둔 PCA생명에 하만덕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6년 넘게 미래에셋생명을 이끌어 온 만큼 하 부회장은 PCA생명에 미래에셋DNA를 심을 적임자로 평가되지만, 당장 눈앞에 놓인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통합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비상구를 마련하는 데다, 화학적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등 중책들을 앞에 둔 하 부회장의 고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대표이사였던 하 부회장은 이번 달부터 PCA생명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영은 김재식 부사장이 총괄할 예정이다.
하 부회장의 이동은 PCA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결합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인사에 대해 통합에 앞서 두 회사의 원활한 상호소통을 통한 조화로운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PCA생명의 내실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1분기까지 PCA생명과의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 부회장은 2011년 1월 미래에셋생명의 대표이사를 맡은 뒤, 미래에셋그룹의 보험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하 부회장 앞에 놓인 PCA생명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적자에 빠진 실적 회복이 관건이다. PCA생명은 지난해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PCA생명의 연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7.7% 급감하며 겨우 손실을 면했다. 영업수익 역시 4271억원으로 3.4% 줄었다.
PCA생명의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세부적인 지표들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보험 영업의 경우, 유입되는 계약 규모는 줄고 이탈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PCA생명의 지난해 신계약율은 7.99%로 전년(9.40%) 대비 1.41%포인트 하락했다. 신계약율은 연초 보유계약액과 비교한 신계약액의 비율로, 이 수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 만큼 새로 맺어지는 계약의 비중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효력상실해약률은 같은 기간 10.74%에서 11.64%로 0.90%포인트 상승했다. 효력상실해약률은 보험사의 전체 보험 계약에서 중단되거나 해약된 계약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렇다고 자산을 잘 굴린 것도 아니었다. PCA생명의 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은 3.71%로 전년(4.56%)에 비해 0.85%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수치는 이름 그대로 자산운용을 통해 얼마나 이익을 올렸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에 따라 PCA생명의 투자손익은 453억원으로 같은 기간(529억원) 대비 14.4%(76억원) 줄었다.
반면 PCA생명이 가진 장점도 분명히 있다. PCA생명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변액보험 영업에 강점을 가진 보험사로 꼽힌다. PCA생명이 지난해 변액보험에서 거둬들인 보험료는 7508억원으로 전체(1조628억원) 수입보험료의 70.6%에 달한다. 이 같은 변액보험 수입보험료 비중은 같은 기간 국내 모든 생보사들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변액보험은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IFRS17의 핵심은 시가 기준의 부채 평가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보험사들이 최근 자본 확충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보험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이익을 나눠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여서, 보험사의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
지금도 PCA생명의 자본 여력은 생보업계 최상위권이다.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에서 PCA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352.87%를 기록했다. 이는 신생 보험사로 아직 직접 비교가 어려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제외하면 국내 생보사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결국 관건은 PCA생명의 이 같은 장점이 통합 미래에셋생명에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떨어진 성적에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냐는 점이다. 하 부회장이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에게 PCA생명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속 적자 탈출과 동시에 변액보험 영업에서의 시너지까지 일궈내야 한다는 점에서, 하 부회장이 느낄 부담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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