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 "일감몰아주기 근절" 정부 외침에 초긴장
주요 생·손보사 손해사정 자회사들, 매출 97.2% 모기업 의존
형님 눈치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업무 위탁 논란 재점화 조짐
'강경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힘 싣는 금융감독원
새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대형 보험사들의 손해사정 자회사에 대한 과도한 업무 위탁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보험사 아래에 있는 손해사정회사들은 사실상 수익의 전부를 모기업 일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모기업 보험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의 손해사정사회들이 보험 사고를 조사하고 보험금을 매기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지적과 함께, 결국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와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와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가 최대주주인 주요 손해사정 자회사 10곳의 지난해 매출은 총 8999억원이었다.
이 같은 손해사정회사들의 매출은 사실상 모두 모기업 보험사나 그룹 내 식구들에게서 나왔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 중 97.2%인 8750억원은 모회사 혹은 같은 기업집단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각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의 손해사정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 한화손해사정,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동부자동차보험손해사정은 아예 매출 전체를 모기업이나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벌어들였다.
이밖에 조사 대상 손해사정회사들의 지난해 모기업·그룹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KB손해사정(최대주주 KB손보) 99.2%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현대해상) 99.1% ▲동부CNS자동차손해사정(동부화재) 97.3% ▲현대하이카손해사정(현대해상) 96.9% ▲KCA손해사정(교보생명) 87.5%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삼성화재) 86.7% 등이었다.
이 같은 현상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 보험사는 자신이 소유한 손해사정 자회사에게 대부분의 일감을 넘기고, 이를 받은 손해사정회사는 보험금을 산정할 때 모기업 보험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손해사정회사들이 보험 가입자가 아닌, 보험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보험금을 산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얘기다.
이런 와중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담합에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 보험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과거부터 이런 행태에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온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손해사정 자회사를 둘러싼 구조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금융당국의 문제 제기도 이 같은 흐름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보험업계에 대한 감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만으로 잘못을 삼을 수는 없지만 계약 등 과정에서 부당한 부분이 있었는지는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경고를 날리고 있는 이번 정부가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 업무 위탁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릴 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일부 보험사들이 자회사에 대한 손해사정 위탁 비중을 낮추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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