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조짐' 오승환, 릴리즈 포인트의 변화
지난 시즌 비해 다소 저하된 구위
슬라이더 구사 시 릴리즈 포인트 변화
지난해 오승환은 말 그대로 ‘언히터블’이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압도적인 투구로 마무리 자리까지 꿰찼다. 혹사 논란도 있었지만 76경기(메이저리그 8위)에 출장해 79.2이닝(불펜 7위)을 소화하며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4블론 ERA 1.92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지난해처럼 위력적이지 않다. 21경기 24이닝 1승 2패 11세이브 2블론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불안감도 든다. 2016시즌 오승환은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 2.13으로 75이닝 이상 소화한 전체 투수 중 3위를 기록했다. 오승환보다 더 낮은 FIP를 기록한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와 애디슨 리드뿐이었다.(60이닝 이상 투수 중에서는 8위) 반면 올시즌 FIP는 4.30으로 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156위다.
WPA(승리확률 기여도) 역시 지난해에는 2.56으로 불펜 투수 중 8위였지만 올해는 0.69로 26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 시즌 눈에 띄는 레퍼토리 변화나 구속하락은 없다. 레퍼토리 구성을 살펴보면 포심-슬라이더 중심(포심-슬라이더 비중 91.4%)이었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포심-슬라이더 조합이 85.6%로 상당히 높다.
구속 역시 포심(지난해 93.1마일 / 올해 92.4마일)과 슬라이더(85.9마일 / 85.3마일)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슬라이더의 위력이다. 포심의 경우 헛스윙 비율이 지난해와 비교해서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지난해 14.4% / 올해 13.4%) 슬라이더는 27.5%에서 14.2%로 급락했다. 좌타자에게 슬라이더가 난타당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구종별 좌우타자 상대 성적을 확인해 보면 슬라이더가 지난해만 못하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좌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한 구종이 슬라이더였다.(좌타자 상대 피OPS - 슬라이더 0.379 / 체인지업 0.473) 하지만 올 시즌 피OPS는 무려 2.464를 기록하고 있다.
슬라이더가 위력을 잃자 좌타자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오승환은 우타자(피OPS 0.555)보다 좌타자(0.455)에게 강했지만 올 시즌에는 좌타자에게 매우 약하다(피OPS 우타자 0.586 / 좌타자 0.945).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역시 피OPS가 상승하긴 했지만 좌타자 상대만큼 악화된 것은 아니었고, 우타자를 상대로 포심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우타자 상대 성적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주무기였던 슬라이더가 올 시즌 위력을 상실한 이유는 무엇일까. 릴리즈 포인트의 변화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의 릴리즈 포인트를 비교해보면 올해 전체적으로 0.2피트 가량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릴리즈 포인트가 낮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투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오승환의 경우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릴리즈 포인트의 변화가 올시즌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면 향후 오승환은 지난해 위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3일 이후 2경기에서 오승환은 2.1이닝 무실점 6삼진으로 올해 들어 가장 좋은 투구를 보였다. 두 경기에서 오승환의 릴리즈 포인트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릴리즈 포인트가 올라가면서 투구 내용이 좋아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시즌 초반 오승환의 부진과 전직 마무리 로젠탈의 호투가 겹치면서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마무리로서의 입지가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릴리즈 포인트 상승을 포함 긍정적인 신호들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지난해 위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글: 길준영, 김정학 /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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