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2015 아시안컵 때가 최강일지 모른다
'준우승' 아시안컵 이후 2년 동안 답보 상태
전술 발전 없이 아시아권 팀들에도 고전
한국은 2년 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내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의 충격을 불과 1년도 안 돼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은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참가한 메이저대회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곧바로 ‘갓틸리케’로 칭송 받으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2년여가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 축구는 발전은 커녕 오히려 실력이 퇴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전술 발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수가 보이는 대표팀의 전략은 최종예선에서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도 고전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권 팀들이 한국을 상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전술적 대응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할 때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근 2년 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4-2-3-1 전술을 근간으로 기껏해야 상대 전력에 따라 기성용이 더블 볼란치로 서냐, 전진 배치 되냐 그 차이일 뿐이다.
더 나아가 문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5차전에서 졸전을 거듭하고도 중국전에서 보인 경기력은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치고 약 4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대표팀에 변화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토록 아끼는 이정협은 2년 전 신데렐라로 급부상했지만 파괴력이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그 대안으로 내세운 김신욱 교체 카드는 이미 상대에게 읽힌 지 오래였다.
한창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할 수비라인 역시 매번 다른 라인업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앙 수비 조합은 1차전과 3차전에 홍정호와 김기희가 나온 것을 제외하면 매번 얼굴이 바뀌고 있고, 고질적인 약점으로 자리 잡은 풀백 포지션 역시 아직까지 완벽한 주인 없이 매번 돌려막기 식으로 부질없는 실험만 거듭하고 있다.
최종예선은 월드컵을 위한 실험의 장이 아니다. 한창 조직력을 끌어올려 매 경기 전력을 쏟아 부어도 부족할 판에 월드컵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한국은 2년 전 아시안컵 당시에도 최강의 멤버는 아니였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고정 멤버들이 자리를 잡으며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중앙에서 기성용과 박주호가 확실하게 중심을 잡았고, 왼쪽 풀백은 김진수가, 오른쪽 풀백은 김창수와 차두리가 확실하게 역할을 구분하며 자리를 잡았다.
틀이 어느 정도 잡히다보니 한국은 조별리그 도중 이청용과 구자철을 부상으로 잃고도 결승까지 올라가 호주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경기력은 더 나아졌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퇴보한 모습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자신의 색깔을 내기가 어려웠던 호주 아시안컵 때의 전력이 어쩌면 2년이 지난 지금보다 더 나아보이는 현실, 발전이 더딘 한국 축구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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