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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안개 화법'…대선 출마 꿈 있나 없나


입력 2017.02.11 07:00 수정 2017.02.11 07:34        고수정 기자

출마 가능성 "전혀 없다" → "적당한 때 있을 것"

긍정도 부정도 않는 대답에 정가서 해석 난무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본회의가 산회된 후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제2의 반기문’으로 불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하차 이후 보수 진영의 궤멸 위기를 막을 ‘구원 투수’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과 반 전 총장의 ‘반반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

이중 황 권한대행의 화법에 주목하고자 한다. 반 전 총장의 상징인 ‘반반 화법’은 긍정도 부정도 않는 애매한 화법을 뜻한다. 황 권한대행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 속을 알 수 없는 발언을 일삼아, 대선 구도는 그야말로 ‘안개 속’이다. 황 권한대행이 과연 대선에 출마할까, 하지 않을까. 그의 발언을 모아봤다.

◆ “반드시 투표하겠다” = 후보자도 투표 가능 염두?

황 권한대행을 향한 대선 출마 질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 6월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단 오찬부터라고 볼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은 당시 2017년 12월 20일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내년 12월 관련해서는 저는 반드시 투표하겠다. 그 정도로 양해바란다”고 답했다.

애매한 대답에 ‘출마 의지를 열어둔 것이냐’고 재차 묻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하겠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시면 우리나라에서 학교 나온 것 맞느냐. 저는 지금 제 일하기도 벅차고 바쁘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19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신분이어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중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전혀 없다” = 근래 들어 가장 단호했던 대답

황 권한대행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가장 단호한 대답을 한 때는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다. 황 권한대행이 강원도 양구 중앙시장 방문 사진을 약 한 달 뒤인 12월에 SNS에 게시하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무총리실 공식 SNS에도 없는 사진을 올린 게 대선 출마를 준비할 생각 때문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코스프레’를 언급하며 “기름장어(황 권한대행 비하 표현)가 길라임(박근혜 대통령 비하 표현) 역할을 하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하자, 황 권한대행은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 = 큰 꿈 그린 듯

황 권한대행의 ‘안개 화법’은 지난해 12월 27일과 29일 두 차례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지금은 제 일에 전념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고, 끝나고 나면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미 말씀을 다 드렸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미래를 위해’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공직이라는) 큰 짐을 국민께서 주셨고 해왔기 때문에 이런 것을 토대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대해 3포·5포·9포 등 말씀하시지만 저는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다. 이런 부분 더 키워서 미래를 열어가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가에서는 단 며칠 만에 황 권한대행의 태도가 변한 만큼 대선 출마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해석했다. 오찬에서 “나는 흙수저 중에 무(無)수저”라고 강조한 것도 ‘풍부한 행정 경험’과 ‘안정감’ 등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이미지에 서민 이미지를 더한 것으로 풀이됐다.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7일 국회 본회의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다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문 조심하세요” = 문재인 겨냥?

중의적 해석이 난무했던 황 권한대행의 발언은 ‘문 조심하세요’와 ‘길이 막혀있다’다. 지난 2일과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청취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했다.

그 중 기자들이 어렵게 들은 말은 “문 조심하세요”와 “지금 길이 막혀 있다” 두 가지로, 전자(前者)는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였지만, 정가에서는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의 성씨인 ‘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돌았다.

‘길이 막혀 있다’는 표현도 본회의장에 가야 하는데 인산인해를 이룬 기자들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말이었지만, 정가에서는 공직자 신분으로서 출마가 쉽지 않다는 걸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30일 전에 사퇴하면 되지만, 레이스에 뒤늦게 합류해 불리하다는 뜻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 “적당한 때가 있을 것” = 곧 출마 여부 방향 잡을 듯

알쏭달쏭한 발언으로 다양한 해석을 하게 했던 황 권한대행은 7일 한결 여유로운 태도로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경호원들이 길을 열기 위해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이자 “놔둬, 놔둬. 괜찮아”라고 경호원을 제지했을뿐더러 차에 오르려던 그에게 한 기자가 ‘권한대행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하자 웃기도 했다.

이날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여운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곧 출마 여부를 발표할 거라는 관측도 내놨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전주 대비 2%포인트 오른 11%를 기록했다. 이틀 전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19.5%(2위)를 기록하며 문 전 대표(29%)를 10%p 격차 이내로 따라붙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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