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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선 승리, 도덕주의에 대한 반격


입력 2016.11.17 16:24 수정 2016.11.17 16:24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트럼프가 백인의 지지를 얻은 이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난 9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뉴욕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나 호호당은 미국 사람도 아니고 미국에 살고 있지도 않다. 그렇기에 어떤 필터를 통해 미국 사회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솔직히 선거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철저하게 속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하루가 지나자 확연히 알게 되었다. 이번 선거의 본질이 무엇이었는가를.

미국 사회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 우리에겐 전혀 생소한 것이 하나 있다. 무엇이냐 하면 'Political Correctness'란 것이다. 꽤나 생소한 바람에 아직 우리말로 번역된 용어조차 없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치적 옮음'이란 말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 옮음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소개해보면 각종 차별 즉 인종차별이라든가 종교적 차별, 성의 차별 등이 미국 사회에선 없어야 하겠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동거하는 나라이고 개신교가 주류이긴 하지만 여타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 거기에 이른바 여성의 권익신장을 주장하는 페미니즘도 왕성하다. 그런 까닭에 그런 차별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 즉 '정치적 옮음'에 대한 주장이 지극히 균질적인 우리 사회와는 달리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정치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내심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겉으론 당연히 정치적 옮음에 대해 찬성이나 지지를 표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내봐서 알듯이 인생을 도덕교과서에 적힌 대로 살 순 없는 노릇이다. 나 호호당의 경우 도덕 교과서에 적힌 대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에 대해 '바른 생활 어린이 증후군'이라 놀리기도 한다.

정치를 통해 입신출세하겠다는 사람이야 당연히 바른생활 어린이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하겠지만 미국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는 백인 보수층 사람들은 '정치적 옮음'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거추장스럽다는 불만 또한 많이 가지고 있다.

정치하는 너야 출세하려는 마음에서 착한 말 좋은 말만 해대지만 난 정치인도 아닌데 솔직히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오던 백인 보수층이었던 것이다.

다소 진보성향의 미국 민주당은 '정치적 옮음'을 공화당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병기로 사용해왔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뉴욕 같은 곳에선 정치적 옮음이 너무나 당연시되었지만 뉴욕 시민이 미국 시민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시골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보통의 백인들은 정치적 옮음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하진 못해도 속으론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해왔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총기를 소지한 사람을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제압했다 하더라도 그 상대가 흑인일 경우 난리가 난다. 모든 언론이 일제히 인종차별이란 식으로 비난을 해댄다.

이에 보통의 백인 유권자들은 정치적 옮음이란 것에 대해 역차별이란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레이스에서 '정치적 옮음'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그게 백인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고 사실 그것으로서 승리를 했다.

차별을 없애야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너무나도 옮은 말이라서 정치 좀 해보겠다는 사람이라면 감히 '아니'라고 표명하긴 어렵다. 민주당 인사만이 아니라 공화당 사람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 이단아 트럼프는 '그거 너무 지나치잖아, 난 싫어 안 할래!' 하고 직설 화법으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명했다.

트럼프가 선거 레이스 내내 보여준 기이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 모든 행동들을 이제 곰곰이 따져보니 모두가 전략적 선택의 결과였지 즉흥적인 행동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정치적 옮음에 대한 반대, 불법 이민에 대한 반대, 어려운 경제와 심해져가는 양극화에 대해 미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할 것이며 안보에 있어 무임 승차를 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해선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겠다는 발언 등등이 그것이다.

트럼프는 선거란 감성이 지배하는 게임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런 발언들을 다소 과격하게 표출했을 뿐이다. 이에 그간 말은 하지 못해도 내심 불만이 누적되어온 백인 보수층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이고 그 결과 그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반면 정치적 옮음을 필승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던 클린턴은 금융과 손을 잡고 각종 언론들의 일방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았으며 나름 잘 난체 하는 지식인이나 스타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집토끼라 할 수 있는 유색 인종들로부터도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백인 보수층의 불만을 등에 업은 트럼프의 승리로 끝이 났다.

레이스 내내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를 보도해온 미국 언론들이었다. 언론들은 트럼프의 과격한 발언과 행동만을 보여주면서 만일 이런 미친놈이 대통령이 될 것 같으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식의 보도로 일관해왔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좌우로 편을 나누어 편파 보도를 하듯이 미국 언론들 역시 클린턴 쪽에 유리한 보도만을 해온 것이다. 이는 사실 일종의 사기극이나 마찬가지 결과라 하겠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것은 인도 출신의 벤처 사업가가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역시 감정이 실리지 않는 기계가 더 나은 셈이다.

그러니 나 호호당으로선 괘씸하기까지 하다. 미국 언론들이란 것 역시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고 그간에 사기극을 펼쳐왔다는 사실이.

아무튼 트럼프는 천재 전략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성 정치에 속한 사람이었다면 감히 시도할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발상들, 특히 정치적 옮음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 또 용기 있게 선거 전략에 반영했으니 말이다.

도덕적 당위성에 해당되는 주장은 당연히 옳다. 하지만 현실에선 도덕적 주장이라 할지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모두가 바른 생활 어린이가 될 순 없는 일이고 옳다고 해서 다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트럼프의 승리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그간 미국 사회 특히 미국 정치계를 지배해온 지나친 가식과 위선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선거였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참 좋은 대통령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8년 전 오바마를 당선시킨 것은 미국의 유색인종 표였다. 그리고 이번에 트럼프를 당선시킨 힘은 미국의 다수를 이루는 백인 보수층이었으니 이 또한 적절한 균형이라 하겠다.

미국은 역시 좋은 나라인 것 같다. 유색인종의 요구도 적절히 수용이 되고 또 백인 보수층의 요구도 수용이 되는 사회이니 말이다.

트럼프는 명석한 협상가이기에 주한미군의 방위비 부담에 대해서도 대단히 유연한 자세로 나올 것이라 본다. 어차피 보호 무역에 대한 것은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만큼 누가 되었어도 그랬을 일이라 본다.

그러니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고 전 세계에 재앙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제만 해도 은근히 걱정이 많았지만 하루가 지나서 보니 전혀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폴 크루그먼 같은 멋쟁이 뉴요커는 마치 미국 민주주의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참 웃기는 일이다. 미국 민주주의는 아주 건강하고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말 전해주고 싶다.

이번 일로 새삼 알게 된 것. 다른 나라를 바깥에서 들여다본다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트럼프나 클린턴이 아니라 집단사기극을 펼친 미국의 언론들이었다는 점 오래오래 기억해둘 생각이다.

내침 김에 한 마디. 우리나라도 최근 금연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고 공공장소에선 금연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나 호호당만 해도 바른 생활 어린이 주문에 넘어갈 생각일랑 추호도 없다. 즐기는 담배이니 계속할 생각이다.

사는 게 무진장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 아예 가지 않는다. 물론 나 호호당이 쓰는 돈은 지극히 미미한 액수겠지만 그 바람에 내수 경제에 그만큼의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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