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비주류 잠룡들, 왜 같이 움직이나?
김무성·오세훈·김문수·남경필·원희룡 회동…정국수습 논의
국내주자에 대한 관심 제고·존재감 부각 위해 이해관계 일치
김무성·오세훈·김문수·남경필·원희룡 회동…정국수습 논의
국내주자에 대한 관심 제고·존재감 부각 위해 이해관계 일치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청와대와 여당 리더십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여권내 비주류 잠룡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들은 재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로 이정현 대표 체제의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달리, 국내 대권주자로서 공동행보를 통해 국민관심을 높이고 존재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
비주류 잠룡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넘게 회동을 갖고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지도부 총사퇴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비대위 구성 및 비대위원장 선임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참석이 예상됐던 유승민 의원은 불참했다.
회동 직후 오 전 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사태가 이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우리 모두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여 사과한다"면서 "국민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한다. 그 길을 향한 첫 걸음은 현 지도부의 사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더 자주 만나 국가적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의견 수렴 등 최선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남 지사도 "오늘 논의는 우리가 무게를 실어줘야 할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행동을 한 것"이라며 "도정에 전념하는 게 도리지만 대통령의 통치가 어려운 상황이라 자리만 지키는 게 오히려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 역시 "대통령의 통치가 어려운 상황이 문턱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 자리만 지키는 게 오히려 무책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임에서는 여당이 야권의 요구에 동의한 거국내각 구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한 시국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끄집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관측된다.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또다른 여권 내 잠룡으로 꼽히는 유 의원은 각종 의원 모임을 통한 당내 활동보다는 장외에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계파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오는 3일 전남대에서 '왜 민주공화국인가?'를 주제로 최근 이어온 특별 강연을 통해 철저한 검찰 수사와 미진할 경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달 30일에도 삼삼오오 모임을 갖고 현 상황의 수습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과 오 전 시장은 30일 오후에 정병국 의원과 함께 만나 차를 마시며 지도부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또 남 지사와 오 전 시장, 정 의원, 주호영·나경원 의원은 30일 만찬을 갖고 사태 수습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튿날 김 의원, 나 의원, 정 의원을 필두로 당내 비주류 의원 50여명이 공개적으로 현 지도부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주류 대선후보를 밀어야 할 세력인 친박계가 책임론과 사퇴 압박에 동시에 몰리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된 데 있다. 여당 내 확고한 지지율을 보이는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친박 주류들은 내부적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둬왔다. 하지만 최순실 파문으로 여당의 대선 플랜이 흐트러지게 됐다. 실제 '콘크리트'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순실 파문 이후 급락했으며 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또 지금까지 당내 비주류 후보들과 달리 반 총장은 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의도적으로 자제해왔는데 지금 와서 차별화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주류 유력주자로 일컬어지는 김 전 대표나 유 의원이 여권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들은 '최태민·최순실 의혹'이 정치권에서 공론화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의 핵심 참모로 각종 의혹을 방어했던 전력이 있어 이번 사태를 호재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역공 당할 여지가 많다"며 "가능성은 50대 50이다. 사태를 잘 수습한다면 지지율 상승을 노려볼 수 있겠지만 정반대의 상황이라면 출마 선언도 하지 못한 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 도지사나 원 도지사, 오 전 시장, 김 전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잠룡들에게는 이번 사건이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남 지사의 경우 청와대와 여당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연일 야당 소속 의원 수준의 강경 발언과 요구를 쏟아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새누리당 잠룡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전 대표와 지지율 선두를 다퉈온 오 전 시장과 20대 총선 낙선 이후 재기를 노리는 김 전 지사 역시 서서히 발언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다만 김 전 지사의 경우 지난 총선 당시 대구에 출마하면서 '친박 후보'임을 거듭 강조한 점은 다른 경쟁자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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