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이정현호', 언제까지 버틸까?
주중 열릴 의총에서 지도부 사퇴 목소리 쏟아질 듯
'수명 다했다'는 의견과 '더 버틸 것'이란 의견 엇갈려
'최순실 파문'으로 새누리당의 '이정현호'가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비박계는 계속해서 친박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여기에 친박계 일부도 동참했다. 사면초가에 놓여 있는 이정현호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1일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까지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은 역할을 해오신 이정현 대표가 이번 사태 수습 전면에 나설 수도 없고 지속적으로 새누리당의 대표로서 역할을 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청와대와 내각의 교체를 요구하는 상태인데 집권 여당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국민이 납득하겠나"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비대위 체제 논의 여부와 관련, "지금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을 미리 예견해서 누가 뭘 맡고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이 문제를 풀어 가는데 이런 해법을 결론내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되고 있다"며 "지금 당 지도부의 사퇴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무성·정병국·나경원 등 새누리당 의원 56명은 지난달 31일 당 지도부 전원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비박계가 주축이었지만 친박계 의원도 상당수 포함됐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비례대표 송희경 의원과 김성태 의원이 가담했고 박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과 수도권 친박 함진규 의원도 동참했다.
이 대표와 손발을 맞추던 일부 당직자들도 줄줄이 사표를 냈다. 김현아 대변인, 오신환 홍보본부장,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직을 반납했다. 이 대표로서는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일 만한 일이다. 여기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비박계 잠룡들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당 내에서 박 대통령과 지도부를 적극 옹호해 온 '강성 친박'들도 현 국면에서는 존재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범친박까지 포함하면 당내 129명 중 과반인 70여명이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이들마저도 친박 지도부를 감싸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한 배를 탈 경우 내년 대선을 넘어 그 이후까지도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속내가 깔려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전등화' '사면초가' 이정현호, 버틸 동력 있나?
현재 '이정현호'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는 풍전등화, 사면초가와 같이 매우 위급한 상황을 비유하는 단어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친박 지도부가 버티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특히 앞서 여당이 거국 중립내각을 제안했지만 야당이 거부한 것 역시 현 지도부로는 야당과의 관계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정현호가 퇴진하고 새 지도부가 국민을 위한 진정성을 갖고 (거국 내각 등 현안을) 재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현 지도부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번주 중 의원총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은 비박계 의원 50여명이 의총 소집을 위한 요구서에 서명을 해 이뤄진 것으로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 등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열린 의총에서도 지도부 사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 대표 및 최고위원들은 "당원들이 직접 손으로 뽑은 지도부가 몇몇 의원들에 의해서 물러나선 안 된다"는 취지로 거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때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된 지금 이 대표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두고 볼 일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주 의총 이후 지도부가 사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르게 추락하는 가운데 친박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지금 상황이면 동력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당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때"라며 "IMF를 초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박 대통령은 현재 한자릿 수다.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쓸쓸한 뒷모습은 지도부 출범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수순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소장파의 한 의원은 이 대표 취임 직후 "이 대표가 얼마나 당대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청와대를 향해) 해야 할 얘기를 하지 않는 것도 불만족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지도부는 처음부터 불안했던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보에 "현 지도부가 태생부터 한계가 있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대변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지 않았나"라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집권여당 대표라는 신분이기 이전에 한때 현 정부에 몸 담았던 인물로서 책임을 면키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가 이정현호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 이상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당장 의총에서 직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청와대 후속 인사나 국무총리에 대한 인선이 끝나고 급한 불은 끈 이후 그만 둘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 직을 내려놓으면 이 대표가 본인과 박 대통령의 실책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대통령과 논의해 시기를 저울할 것 같다. 최소 1~2주는 더 버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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