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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반대 목소리 커질수록 웃음짓는 남경필


입력 2016.09.24 11:29 수정 2016.09.24 11:30        문대현 기자

유승민 등 반대 여론 심할수록 대선 이슈화 쟁점 안착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여시재 내·외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서 모병제를 주장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모병제의 찬반 논란이 거세고 부각되면서 주자로서 남 지사의 존재감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두관 후보가 모병제를 주장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6월 수도이전과 권력구조 개편을 꺼내든 남 지사는 지난달 말이 되자 모병제 카드를 집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안보와 국론통합을 동시에 강조하는 개혁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의 안보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모병제 이슈가 불거지자 군사전문가를 비롯한 학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국가 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역이다. 남 지사의 발언은 대선용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남 지사가 속한 새누리당은 사드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과도 엇갈리는 주장"이라고 했고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현재 사드를 놓고도 국론이 이렇게 나눠지는 상황에서 모병제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거들었다.

장군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한 인사도 "남북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병제를 하면 우리의 국방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징병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반대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컸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먼저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는 22일 'SBS 라디오'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는 모병제 하에서 군대에 손들고 가는 게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고 공정한 기회균등으로 볼 수 없다"면서 "가난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에 가는 것을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 지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남 지사는 이후 "2022년이 되면 현재와 같은 군을 유지할 수 없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안을 먼저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반대만 하면 책임 있는 지도자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반박에는 앞서 모병제를 먼저 제안했던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최근 남 지사와 '모병제 희망모임'에 참여 중인 김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 의원을 겨냥해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며 "국민들께서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끼시는 이유가 바로 '유권면제 무권군대'라고 하는 지금의 징병제가 만든 심각한 폐단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의론을 말하려면 징병제야말로 기계보다 사람을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싸게 먹히기 때문에 시작된 비인간적 제도임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병역제도에 있어서 정의론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가고 싶어하는 군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병제 찬반 논란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른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에 대한 입장을 내며 더욱 불이 붙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군인 확대가 징병제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징병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예산 등을 고려할 때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 지사는 같은날 인하대 강연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뒤 공무원 지원 기회, 대학 과정 마련, 취업·창업 교육 등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군대가 곧 일자리이자, 신분 상승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주목 받지 못 했던 김두관의 모병제, 주목 받는 남경필의 모병제

대선을 내다보고 야심찬 카드를 꺼내든 남 지사는 당내 거센 반발에 내심 자존심이 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와 김 전 대표는 모두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라 그들의 태클이 더욱 거슬릴 수도 있을거란 추측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의 강한 반대가 이슈를 더 키워 언론 노출 횟수를 늘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논리를 더 강하게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남 지사는 속으로 웃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김두관 후보는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섰고 주요 이슈를 모병제로 정했지만 그것이 사회적 담론으로 까지 커지진 못 했다. 자신이 내건 정책이 크게 탄력을 받지 못 하자 김 후보의 몸집이 커지는 것도 한계가 생겼고 그는 결국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일 남 지사와 김 의원이 주최한 모병제 토크콘서트에서 "지난 대선에서 김 의원이 모병제를 걸었는데 약한 후보였기 때문에 담론화 되지 않았다. 남 지사가 내거니까 조금 이슈가 되고 있다"며 의미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나의 정책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는 치열한 찬반 논쟁이 펼쳐지는 것이 이슈몰이에 유리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일각에선 유 전 원내대표 등이 남 지사와 함께 대선 경선의 흥행을 위해 일부러 더욱 세게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찬반을 떠나 모병제 이슈가 퍼질수록 남 지사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24일 '데일리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것이 크게 부각돼 결국 당선되지 않았나"라며 "모병제가 부각될 수록 대선 주자로서 남 지사의 몸 값도 함께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 지사의 지지율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점차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병제를 사이에 둔 난타전이 진행되면 될수록 남 지사는 뒤돌아 서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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