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사태 후폭풍'…후판, 철강업계 골칫덩이 전락?
철강 ‘빅3’ 후판 수요 급감…생산 감소 불가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빅3’가 STX조선해양 법정관리로 인한 후폭풍을 제대로 맞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3사가 STX조선에 받아야 할 후판 대금은 약 850억원이다. 철강업계는 납득할만한 미수금 변제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한 STX조선에 후판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철강업체들이 STX조선에 공급하는 후판 물량은 그동안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3사의 후판 수요는 8월 들어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8월 국내 후판 공급 3사의 8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어든 50만t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각각 30%에 달하는 급격한 판매 감소를 면치 못했다.
후판업계 관계자는 “수요 침체와 함께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 영향으로 공급 물량이 전면 중단된 영향이 크다”며 “수출 증대, 고부가가치 강종 위주 영업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생산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의 경우 비조선용 비중 확대를 통해 조선용 생산 축소를 상쇄할 계획이다. 후판을 용접해 제작하는 BH빔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STX조선 외 공급을 지속하고 있는 조선업체들의 후판대금 회수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합병·매각·청산 등 전반적인 구조개편을 시행할 경우 그동안 후판을 공급해왔던 철강업체들이 거래 대금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조선사 마다 거래조건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현금 보다는 어음결제 비중이 크다”며 “선례를 본 다른 조선사들이 비슷한 입장이 되면 누가 정상적으로 상환하려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STX조선 사태는 어음결제가 발단이 됐다. 철강업체 3사는 STX조선에 연간 40만t가량의 후판을 공급해왔다. 이 과정에서 STX조선은 60일 만기 B2B외상매출채권(어음)을 지급받았고 추가로 최대 180일까지 만기를 연장 받는 등 혜택을 누렸지만 지난 5월 27일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조선은 지난 7월 25일 열린 관계인설명회에서 원금 및 이자의 85.77%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갚고 나머지 14.23%는 10년간 분할 상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상거래채권 변제 계획 잠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 8월 초 철강업체 3사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대표이사 명의로 공동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금의 대부분을 상장폐지로 인해 가치가 주당 1원 수준의 주식으로, 대금의 14.23%만을 10년에 걸쳐 상환하겠다는 방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의 변제 계획을 제시할 때까지 후판 거래를 재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STX조선은 지난 9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10월초 경 2·3차 관계인집회를 통해 회생계획안이 확정되면 M&A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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