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도 아닌 '반의 반쪽' 청문회
일부서 '부동산 청문회냐' 빈축
청문보고서에 '청렴성이나 도덕성 미흡' 표시
일부서 '부동산 청문회냐' 빈축
청문보고서에 '청렴성이나 도덕성 미흡' 표시
또 다시 반쪽짜리 청문회가 열렸다. 전날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이어 두 번째다.
심지어 이날 열린 반쪽 청문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인지 국토교통부 장관의 청문회인지 헷갈릴 정도로 위원들의 질문은 아파트의 전세·매매가 시세와 청와대의 인사검증 기능 부재로 몰렸다. 이번에도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와는 관련 없는 내용으로 전부 퇴장했다. 일부에서는 여야를 따지지 않고 '역대급 부실 청문회'가 탄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하프(반쪽) 청문회'라는 평가도 아까운 '쿼터(반의 반) 청문회'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질문이라고는 김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이었던 용인의 아파트 크기와 전세값, 매매를 위해 빌린 이자의 금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직무관련 분야에 대한 후보자의 소신 등에 대한 검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초 김 후보자는 야당에서 '낙마 대상'으로 점찍은 후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조윤선은 붙고, 김재수는 떨어진다'라는 루머까지 떠돌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오늘 인사청문회를 열기 전에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취소하라는 말씀을 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놓고 김 후보자의 인준 불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에 야당의 활약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까고 보니' 반쪽만도 못한 청문회가 됐다. 이날 청문회가 처음부터 '쿼터' 청문회는 아니었다. 오전 청문회는 여야 모든 농해수위 위원이 참석한채 열렸다. 여야 의원이 모두 참석한 오전 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향한 부동산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첫 질의자였던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88평짜리 용인의 호화 아파트를 거론하며 △김 후보자가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구입한 점 △아파트의 시공사가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국장이었던 후보자와 이해관계가 있었던 'CJ'였던 것 △매매 대금의 98%를 이해관계의 '농협'에서 1%대의 저리로 대출 받았다는 점 등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김 의원은 "김 후보자의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본인은 억울하고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이 바라는 공직윤리와 수준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김 의원의 질문에 "흔치 않은 일이지만 제가 부탁한 바는 없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송구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조심하겠다" 등으로 일관했다.
오전 질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같은 김 후보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권석창 의원은 "공직에서 33년을 근무하셨는데 그동안 9억이 조금 넘는 재산을 모은 것이 많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농협'의 저금리 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농협에서 대출을 잘해준다"며 "(특히) 공무원에 대해서는 0.5%에서 1%의 금리를 우대해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 의원이 "저도 농협에서 5천만 원을 빌렸는데 이자를 잘해주더라"고 김 후보자를 변호하고 나섰을 때는 김 후보자가 나서서 "개인적으로 농업 관련 공직자로서 농협에서 대출을 운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거기에 특혜나 혜택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현권 더민주 의원은 김 후보자의 자질과 자격보다는 청와대를 향한 공격거리 찾기에 열을 올렸다. 김 의원은 "(후보자를 청와대가) 약 석 달에 걸쳐서 검증을 했는데 그것보다 열흘 동안 우리 국회에서 검증한 게 더 많다"며 "현정부의,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점을 아셔야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부적격을 현 정국 최고 현안중 하나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문제로 결부시킨 것이다.
점심 식사와 본회의를 위해 정회했다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드 발언으로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면서 뒤늦게 야당만으로 속개된 오후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계속 김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오전 청문회의 질문이 반복되는 '부동산 청문회'였다.
의원들은 간간히 다른 질문을 던졌지만 대체로 질문의 내용은 장관의 자격과 자질을 묻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지역구 민원과 관련한 해결책 요청에 머물렀다.
증인심문 절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책을 검증하기 위한 증인은 없었다. 이날 출석해 의원들에게 심문 받은 증인들은 김 후보자의 집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이중에는 이경섭 농협은행장도 있었다. 이 행장은 김현권 의원이 "농민과 공직자의 대출 상황이 이렇게 달라도 되느냐"며 따져묻는 질문에 "금리정책을 개선하겠다"라고만 말했다.
청문회 마지막에 보충질의를 신청한 김한정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낙마 후보'로 분류되는 김 후보자는 "경력으로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법에 어긋나지 않게 앞으로의 삶도 조심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고 희망과 비전을 주는 농정을 앞으로 펴나가야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결국 이날 오후 7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종료됐고 직후 더민주 소속 김영춘 위원장은 여당 의원이 빠진채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를 종료하면서 "인사청문회가 충실한 감사의 장이 돼 마칠 수 있게 되어서 위원장으로서 위원들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문보고서에는 "후보자는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 특혜 및 전세 거주 관련 특혜 의혹, 노모의 차상위 계층 등록 등 공직자의 도덕 의식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한 처신을 해온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있다"며 "국무위원으로서 요구되는 청렴성이나 도덕성이 미흡하므로 부적합하다는 다수 의견이 있었다"는 내용이 "일부 교섭단체 의견"이라는 내용화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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