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반덤핑 위기 속 수출 기회 잡았다
타사 대비 반덤핑 관세율 ‘양호’…도금강판 수출 ‘호재’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연이은 반덤핑 관세 부과로 위기에 빠진 가운데 동국제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타사 대비 양호한 관세율로 수출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출하는 도금강판, 냉연강판,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 비율을 잇달아 최종 판정하고 있다. 열연, 냉연강판 등은 동국제강의 수출 비중이 전무한 제품이며 도금강판의 경우 동국제강이 가장 낮은 관세율을 부과 받았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최근 용융아연도금강판, 아연알루미늄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한국산 도금강판이 현지 산업이 피해를 입혔다며 최대 4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최고 47.8%, 동국제강은 8.75%의 반덤핑 관세를 물게 됐다. 포스코, 동부제철 등 업체들에는 관세의 평균값인 31.73%가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연이은 반덤핑 제소로 내수가격이 오르면서 관세율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으로 따져보면 이윤을 낼 수 있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이 부과된 동국제강이 유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도금강판은 59만4000t이며 이 중 현대제철이 17만t,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이 각각 15만t, 포스코가 5만t을 수출해왔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도금강판은 그동안 저가 중국산에 밀려 수출이 녹록지 않았지만 미국의 최근 반덤핑 제재로 중국산마저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라며 “이번 반덤핑 제재로 동국제강은 관세 부과 이전보다 오히려 수출에 유리한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국내 아연도금강판 시장은 중국산의 가격하락과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미 수출 확대가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동국제강은 현재 수출 제품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아연알루미늄도금강판(GL)은 내수가격 상승 요인으로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고 용융아연도금강판(GI)의 경우 반덤핑 제재로 대미 수출길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은 계약이 선행되기 때문에 동국제강이 당장 수출로 물량을 늘리기 어렵지만 하반기 동안 점진적으로 도금강판의 전체 수출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판매가격 하락 등 시황 흐름에 따라 내수 물량을 수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동국제강은 8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 9CCL 가동 여파로 컬러강판의 원자재 수급이 빠듯한 상태”라며 “수출 물량은 유지하면서 도금강판의 내수 판매량만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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