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플랫폼 '플레오스' 공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년 2분기 신차 적용
자율주행 레벨 2+, 2년 후 양산차 적용 목표
현대차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의 핵심 역할을 할 OS(운영체제)가 베일을 벗었다. 송창현 AVP본부장이 소프트웨어 수장을 맡은 지 꼬박 2년 만에 내놓는 첫 작품이다. 테슬라, 지리그룹 등에 뒤쳐지면서 늦은 SDV 전환으로 지적받은 현대차그룹이 내년 적용되는 자체 OS를 통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현대차그룹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외 개발자들을 초청해 개발자 콘퍼런스 '플레오스(Pleos) 25'를 개최하고, SDV 개발 현황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최초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기술은 2026년 2분기 양산차부터 먼저 적용될 예정이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사장은 "지난 10년간 스마트폰과 디지털 서비스는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꿨다. 그러나 자동차는 여전히 구매 시점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의해서 기능이 결정되며 그 기능이 수명이 닿을 때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모빌리티가 전기나 수도처럼 유틸리티로 제공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통합 기술의 집합체인 '플레오스'는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지능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클라우드 모빌리티 통합 디스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체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는 그간 주창해온 'SDV'를 완성시킬 핵심 키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테슬라가 혁신의 아이콘이 된 것 처럼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자동차에 적용시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건 이날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자체 OS '플레오스 비히클 OS'다. OS는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운영체제로, 전자전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차량이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기술이다.
OS는 SDV 시장에서 독립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필수적이지만, 까다로운 요소로 꼽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디커플링)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 양산차에 적용했을 때의 안정성을 수없이 테스트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신 독자적인 OS 개발에 성공하면 향후 SDV 시장에서 타 제조사에 OS를 공급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막강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
송창현 사장은 현대차·기아의 자체 OS 구축이라는 임무를 받고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인물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는 빨랐지만, 기존 내연기관 기반의 인포테인먼트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고수해온 현대차그룹에 테슬라 같은 자체 OS를 안겨주는 것이 숙제였다. 이날 공개된 '플레오스'는 송 사장이 내놓은 첫 결과물이자 앞으로 테슬라처럼 자체적인 SDV 경쟁력을 가져갈 핵심 경쟁력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OS 구축의 핵심 작업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디커플링을 기반으로, 고성능 컴퓨터(HPVC)와 존 컨트롤러로 통합해 약 66%를 감축하고, 차량 내 소프트웨어 유연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는 결과적으로 차량 내에서 운전자가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AAOS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모바일과 차량 간 연결성을 강화해 사용자가 익숙한 앱과 콘텐츠를 차량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량 내 맥락 인식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Gleo AI(글레오 에이아이)’를 통해 개인화된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플레오스 커넥트를 2026년 2분기 출시되는 신차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약 2000만대 이상의 차량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양산차에 적용된 이후 반응성과 사용성이 평가의 지표가 되는 만큼 내년까지는 안정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2027년 말까지 레벨2+(플러스) 자율주행을 적용하겠다는 로드맵도 함께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EV9 출시 당시 탑재하려다 무산된 'HDP(고속도로 자율주행)'이 포함되는 개념으로, 결국 3년 이상 미뤄지게 된 셈이다.
앞서 송 사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HDP 실행 시) 실도로 주행에서 나오는 변수들을 만나고 있다"며 안정성 문제를 꼽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 적용을 위해 "카메라와 레이더 기반 인식, AI 딥러닝 판단 구조 위에 모델 경량화를 지속하며, 차량에 최적화된 NPU(신경망 처리 장치)와 대규모 학습 인프라를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이고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차량을 스스로 진화하는 러닝 머신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송 사장은 "이 플랫폼이 완성되고 오픈 플랫폼으로서 확장되면 다양한 이동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연결과 통합을 통해서 모빌리티가 쉽게 접근되고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