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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쓰는 방송을 등에 업고 반칙했나


입력 2016.07.12 10:44 수정 2016.07.12 10:47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한계에 이르고 격화된 뮤지션 환경

민효린의 '걸그룹'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멤버들이 의기투합한 최고령 걸그룹 '언니쓰'.ⓒ언니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유는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있다. 아직도 방송의 힘은 살아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었다. 바로 '언니쓰' 현상이다. 여하간 ‘언니쓰’는 단지 그 개별 그룹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여성중심의 코드가 강화되는 일련의 맥락 속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주체화에서 가모장이나 백합코드, 걸크러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프로젝트형 그룹 만들기의 유행과도 관련이 있으며 예능형 걸그룹이 당분간 대세가 될지도 궁금증을 일으킨다.

일단 대중문화 트렌드 관점으로 본다면, '언니쓰'의 인기는 걸크러시 연장선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걸크러시라고 하면 주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코드라고 볼 수 있다. ‘언니쓰’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민효린, 티파니, 제시, 라미란, 홍진경, 김숙 등 6명의 멤버가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대개 걸그룹이라고 하면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어야 하지만 걸크러시는 여성들에게 어필하려 한다.

이는 팬의 외연을 확장하는 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이다. ‘언니쓰’라는 이름 자체가 잘 말해주고 있다. 누나들이라고 하면 연하남들을 겨냥한 티가 나겠지만, 언니들이라고 하니 누구를 대상으로 삼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걸그룹 ‘언니쓰’의 '셧 업'(shut up)의 노랫말도 남성들의 연애 형태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거짓말을 하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강력하고 전달하고 있는 노랫말이다. 이런 솔직함과 과감성이 걸크러시 코드라고 볼 수 있다.

‘언니쓰’는 걸크러시유형에 있기도 하지만, 다른 몇 개의 걸그룹과 함께 프로젝트 유형의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걸그룹 음악 시장이 이제 포화 상태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다른 대안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와중에 프로젝트형 걸그룹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언니쓰'는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탄생했다. 일종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한 한시적인 음악 그룹인 것인데 단지 그런 눈길 끌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기를 누린 것이다. 엠넷의 '음악의 신 2'에서는 C.I.V.A라는 프로젝트형 걸그룹을 만들었다. 이들 또한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가상의 연예 기획사를 성장 시키는 과정을 그리며 실제로 걸그룹을 결성 활동하게 만든 것이 바로 C.I.V.A인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모두 예능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프로젝트 형 걸그룹으로 아이오아이(I.O.I)가 있지만 일단 잘 알려지지 않은 연습생 등에 대해 오디션을 통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전제로 했다. 물론 한시적인 활동을 공표했기 때문에 프로젝트형 걸그룹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프로젝트 형 그룹은 상시로 변화가 가능하다. 긍정의 면에서 이합집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프로젝트 형 걸그룹은 연습생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도 있다. 오랜 동안 연습을 하며 기다려도 다시 프로젝트형 걸그룹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끝도없는 비정규직에 해당된다.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는 것이다. 지속성에 관계없이 새로운 그룹들을 탄생하고 곧 사라지는 것이다.

젝스키스와 같이 재결성될만한 토대를 닦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여전히 방송 파워의 힘에 의존하여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프로젝트형 걸그룹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바람처럼 유행하는 일이 잦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형 단기 그룹에 머무는 것을 겨냥하는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은 항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 전파의 후광 효과는 1년 정도면 충분하다. 그것도 사실은 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형으로 바꾸어주는 것인 셈이다.

새로운 상품을 계속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시스템이다. 어차피 방송 프로그램이나 예능인들은 프로젝트에 맞게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뮤지션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뮤지션들에게 활동의 토대는 그만큼 척박하고 살벌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콤한 꿀이 찰나적으로 스쳐지나가니 그것을 계속 쥐어려는 이들에게 금단증상만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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