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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론’과 ‘실리론’ 2당된 새누리 눈물의 선택은


입력 2016.04.21 06:22 수정 2016.04.21 06:25        고수정 기자

친여 무소속 복당시켜 제1당 지위 회복…국회의장 사수 주장

의석수 상황 감안…상임위원장 배분서 이익 얻자는 주장 ‘팽팽’

정의화 국회의장이 2015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0여건의 비쟁점법안을 처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20대 국회에서 원내 제2당으로 밀리면서 국회원구성부터 초조한 상황이다. 친여 성향의 무소속 당선인을 복당시켜 제1당의 지위를 되찾고 국회의장을 배출시키자는 주장과 민심의 역풍을 고려해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서 실리를 챙기자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과거 국회 구성을 살펴보면 원내 제1당은 대체로 여당이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여당 내에서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것이 당연시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전반기-후반기 국회의장 모두 새누리당에서 선출됐고, 부의장 두 석에는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 석 씩 맡았다. 이 때문에 총선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새누리당에서는 최다선인 서청원(8선)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 원내 제1당이 야당이 됐고, 여당의 과반 의석 미달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되면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직을 더민주에 넘겨야할 처지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민주와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 각각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맡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9일 “원내 제1당인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는 게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같은 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은) 총선 민심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게 되면 2002년 한나라당 소속 박관용 국회의장 이후 14년 만에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배출되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국무총리, 대법원장과 함께 대한민국 3부 요인으로, 국회 운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은 국회 일정을 정하기 위해 의장과 협의해야 하며, 교섭단체의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의장이 정할 수 있다. 특히 직권상정 등 입법처리 과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 행정부와 협조하거나 견제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여소야대가 된 상황에서 국회의장직까지 야당에 내준다면 국회 운영은 물론 정국 주도권에서 힘을 잃게 된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당 내에서는 새누리당(122석)과 더민주(123석)의 의석 차가 1석이기 때문에 친여 성향의 무소속 당선인을 복당시켜 제1당의 지위를 되찾자는 ‘원칙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무소속 당선인 중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 의원과 안상수 의원, 윤상현 의원 등 중 2명만 복당시켜도 124석이 된다. 이 경우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온 관례를 들어 ‘여당 몫’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3당의 의석수가 과반을 넘는 만큼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되더라도 투표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추천하고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통해 선출한다. 일반적으로는 원내 제1당에서 단수 후보를 추천한 뒤 본회의에서 추인하는 게 관행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만큼 국회 주도권을 위해 공천 관련으로 탈당한 이들을 복당시킨다는 것은 국민적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무소속 당선인을 다 복당시켜서 제1당이 되더라도 129석뿐”이라며 “야당 3당의 의석수 합계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원활한 국정운영을 복당의 명분으로 삼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 16대 전반기 국회에서 여당이지만 제2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 소속의 이만섭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된 사례를 다시 한 번 재현하자는 기대 심리도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제2당이지만 집권당이니 집권당에서 국회의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고, 정의화 국회의장도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2당 의석도 큰 차이가 안 난다. 협의해서 정해야 할 것이다. 원내 제1당이 꼭 국회의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의장 때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2당인 민주당과 3당인 자민련이 합작을 해서 국회의장을 만들어낸 만큼 새누리당이 38석의 국민의당과 연합해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 없이도 국회의장을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사실상 손을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다른 곳에서 실리를 챙기자는 주장이 피어오르고 있다. 원구성 순리대로 원내 제1당에 국회의장직을 넘기고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서 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장직은 특별위원회와 겸임상임위 등을 포함해 18개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세사법위원회는 챙겨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는 법안이 본회의로 상정되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 입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상임위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반에 한참 밀리기 때문에 상임위원장 배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야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온다면 우리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가져와야 하는 등 영향력 있는 상임위의 수장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통화에서 “여당 몫 상임위원장 중 사수할 것은 사수하고 야당 몫 중 인기 있는 국토위, 교문위, 환노위 등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온다면 국회의장을 내주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차원의 전략이지 않느냐”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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