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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는 불사신? 김수현은 외계인이었는데 뭐...


입력 2016.04.19 09:49 수정 2016.04.19 09:50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현실에서의 결핍이 판타지로의 몰입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비판을 받았던 대표적인 지적 사항은 바로 송중기가 불사신이었던 것.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총알을 여러 차례 맞고도 다시 펄펄 나는 듯이 작전을 펼치고, 어떤 죽음의 전투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그렇게 되니, 뱀파이어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무리 특전사라지만, 정말 죽지 않는 뱀파이어처럼 다시 일어나고 마는 유시진 대위였다.

결말조차 해피엔딩이었다. 그는 어찌 보면 초능력자가 아닐까. 초능력자의 종류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인간이 아닌듯 상처가 난 몸의 재생 능력도 빠른 모양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경험을 많이 경험한 그는 어느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복귀하니 일반 사람과는 정말 다른 감정 능력을 가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초능력자로 등장한 이가 바로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이었다. 극중에서 도민준은 400년 동안 지구에 살고 있는 초능력자였고, 영생불사의 존재인자라 영원히 젊은 꽃미남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와 '별에서 온 그대'의 공통점은 모두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뭔가 공통적인 문화 코드가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남자 주인공에는 현실에는 없는 결핍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에서 두 주인공과 같은 우월한 능력을 지닌 남자는 없다. 자신의 일도 완성하면서, 여성이 원하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심지어 특수한 능력으로 여성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도민준은 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초능력을 발휘한다. 유시진은 귀신같은 총격술과 무술 실력, 놀라운 임기응변의 담대함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당연히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그 마음 자체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주인공과 톡톡 튀는 감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남성은 현실에 더욱 더 없다. 물론 그런 남성들이 있어도 한 여성에게 만족할 리가 없다. 송혜교같은 여성이라도 말이다. 아마도 남성들이 바라는 것은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그러지 못하지만, 그것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남성들에 대한 다독임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메인 시청층은 여성일 뿐이다.

논리적 정합성이나 현실 가능성을 따지는 스타일일수록 두 드라마는 물론이고 도민준이나 유시진은 허무맹랑할 뿐이다. 그 허무맹랑함은 통속적이지만,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김수현이나 송중기가 아니라 그들이 맡아 열연했던 배역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꿈이자 환타지 캐릭터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배우가 자신을 드러내려는 순간 팬심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것은 이미 이민호의 '강남 1970', 김수현의 '프로듀사'에서 보여졌다. 한국에서 실패는 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적어도 한류 현상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의 팬들은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배제한다. 그것이 스타 매니지먼트가 항상 견지해야할 점이다.

사실상 두 작품은 모두 말도 안 되는, 비합리의 극치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합리가 아니라 비합리이다. 특히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합리와 과학이 발달할수록 현실의 결핍과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을수록 이런 말도 안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 것이다. 물론 성공의 법칙이나 답습이 아니라 식상하고 사소한 소재의 재발견과 창작이 새로워야 할 필요성은 있다.

대중이 좋아하는 콘텐츠 컨셉과 구성을 갖는다고 해도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지 못하면 작품성이나 파생 콘텐츠화에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런 드라마들이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후반부에 몰려나오는 협찬상품들은 완성도를 해치기 때문에 신뢰성을 저하시킨다. 시청률에 따른 광고 판매의 연동이 어려운 사전제작의 어두운 면이기도 하다.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에 대한 경도는 판타지 드라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시그널'이나 영화 '시간이탈자'에 등장하는 타임워프 소재도 마찬가지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수시로 변화한다는 설정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황당하여 과거에는 용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비합리적 비과학적이라고 하여 배척하는 관객들은 없다. 심지어 전문비평가들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담아내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다만 스토리차원의 정합성이나 일관성의 구조를 가지는 것만이 충족된다면 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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