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개입에 경영권 요구에...현대중 노조의 '왕갑질'
<이강미의 재계산책>본격 임단협 전 정치투쟁부터
회사 사정 외면하고 고용세습 경영권 침해시 공멸자초
사상최악의 경영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에 경영·인사권 침해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임단협이 선거시즌과 맞물리면서 본연의 노동활동에서 벗어난 정치적 투쟁행보를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대의원회의를 거쳐 7일 노조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임단협을 시작하기에 앞서 노조활동이란 미명하에 진보성향의 특정 국회의원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적 투쟁행보를 일삼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실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4일 울산동구 김종훈 후보(무소속)와 정책협약식을 갖고 노동계 2대 방침(통상해고, 취업규칙 변경)을 적극 저지키로 하는 등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김 후보는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 출신으로 진보성향을 가진 후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남용우 이사(노동정책 총괄)는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노동조합의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정치활동으로 비춰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상혁 전무는 “정치를 하고 싶으면 노조활동을 접고 정치판에 뛰어들면 된다”면서 “노조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정치행보를 같이하면서 정치투쟁을 일삼는 것이 과연 노조 본연의 활동인지 되뭍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회사의 경영·인사권까지 침해하려 한다는 점이다.
노조소식지 ‘민주항해’에서 밝힌 노조요구안에 따르면 △사외이사 추천권, △이사회 의결사항 노조 즉시 통보 △퇴사자 수 만큼 자동 신규채용 등을 요구한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을 기존 8학기에서 12학기로 늘려줄 것과 퇴사자들에게 현대호텔 이용권 등을 부여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
고용세습은 물론 경영상 비밀까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복지는 복지대로 챙기면서, 회사의 경영·인사권까지 거뭐쥐겠다는 속셈이다.
이같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안이 밝혀지면서 “도를 넘어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실을 망각한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송원근 상무(경제본부장)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조선업계 전체가 수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지나친 요구는 오히려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4분기부터 2015년 4분기까지 9분기 동안 4조7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년간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불황과 해와 플랜트 사업 부진 때문이다. 그로인해 신용등급은 A+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올해들어 해외 수주물량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1건만 겨우 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단 한건도 없다.
이쯤되면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런 회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권과 결탁해 정치투쟁에 나서면서 무리한 요구를 일삼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전 임직원이 지난해부터 고통분담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0여명의 임원이 옷을 벗었고, 1300여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했다. 여기에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사장들은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고, 임원들도 임금 50%를 반납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만 하더라도 노조가 앞장서 선주사들을 만나 직접 수주를 따내는가하면, 채권단에 쟁의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투쟁 대신 동면모드를 취해야 할 때다. 노조는 냉정을 되찾고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노조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이 자칫 공멸을 자초할 수가 있다.
매년 임단협때마다 서로의 이기심에 사로잡혀 정치권과 야합하는 행위는 때려치워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이나 투쟁 대신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상생의 묘안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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