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난민 신청자에 손목밴드 강제해 논란
빨간 대문 집 이후 다시 낙인 정책, 인종차별주의자에 위협받아
영국에서 망명 신청자에게 식량 제공을 빌미로 손목에 색깔밴드를 착용하도록 강요해 논란이다.
영국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의 망명신청자들은 밝은색의 팔찌를 착용해야만 식량을 받을 수 있다. 난민 지위를 얻기 전까지 이들이 따로 일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강제적인 조치라고 영국 가디언지는 25일 보도했다.
미들스브러에 거주하는 난민 신청자들의 대문을 붉은색으로 칠해 모든 사람이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이후, 다시 난민 신청자들을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노출시킨 것이다. 이들은 색깔밴드 강제 착용으로 굴욕감을 느낄 뿐 아니라 쉽게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2015년 11월 난민의 지위를 얻기 전 한 달간 카디프에서 살았던 에릭 응갈레(36) 씨는 “그곳에서 살았던 것은 인생에 가장 두려운 기간이었다. 이 밴드를 착용하지 않으면 식량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목 밴드를 착용하지 않으면 내무부에 보고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음식을 받기 위해 밴드를 하고 10분 정도 길을 걷고 있으면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소리 질렀다”고 끔찍했던 기억을 털어놓았다.
난민 신청자들과 관련 단체는 이 손목밴드 조치를 만든 ‘클리어스프링스 레디홈스’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업체는 영국 내무부 계약업체이지만, 내무부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권 변호사 애덤 헌트는 “이 손목밴드 정책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을 때 굶어야 한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난민 신청자들에게 굴욕감을 주지 않고,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노출하지 않으면서 식량을 배급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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