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호의 화룡점정은 '자동차부품'되나
취임 5주년 맞아 OLED TV와 스마트폰에 이은 다음 승부수
전기차 부상과 흑자전환 계기로 내년부터 적극 드라이브 걸 듯
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이어 파격적 가격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자동차부품도 본격적인 드라이브에 나설 전망이다. 취임 5주년을 맞은 구본준 호가 TV와 모바일에 이어 자동차 부품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사태로 전기차가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구본준 부회장이 주도하에 지난 2013년 신설한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친환경차의 무게 중심이 디젤차에서 전기차로 쏠리면서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애플과 구글을 비롯해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7월 VC사업본부 신설 후 구동모터와 인버터, 차내 충전기 등 전기차 구동장치 관련 솔루션을 내세우며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LG화학과의 협업을 통해 배터리 관련 부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올해 VC사업본부 흑자 달성을 계기로 내년부터 자동차 부품 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인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올 상반기 VC사업본부는 매출액 8335억원에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 하반기 실적에 따라 흑자 전환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는 이미 TV와 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 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운 상태여서 이제는 다음 카드를 준비해야만 하는 시기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 2013년 전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한 이후 시장 창출에 고전했지만 최근 판매량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OLED TV는 올 상반기 7만5600대가 판매되며 전년동기(1만8100대)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치열해진 경쟁으로 심각한 부진에 빠졌던 모바일 부문에서도 70만원대 프리미엄 전략스마트폰 ‘V10'을 선보이면서 재도약에 시동을 건 상태다. 당장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 TV와 스마트폰에서 승부수를 던진만큼 이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구 부회장이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 국한됐던 회사의 영역을 기업간거래(B2B)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자동차부품 시장 공략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력사업들이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가 자동차부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구 부회장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중시하며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부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R&D 투자도 예상된다. 구 부회장이 취임한 2010년 2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LG전자의 R&D 투자규모는 지난해 3조660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러한 R&D 투자 증대는 2010년 176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1조8286억원까지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OLED TV의 수요가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R&D 투자가 조금씩 결실을 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초기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낮은 수율과 높은 가격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매년 수천억원씩 손실을 보면서도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 OLED로 TV 시장의 판도 변화를 꾀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선보인 스마트폰 신제품 V10도 지속적인 R&D 투자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아직 시장에서의 성패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구 부회장의 의지가 집약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부품은 TV와 모바일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뒤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차원에서는 오히려 잠재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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