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몸' 최태원 '경제 살리기' 어깨 무겁다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한 사면…'경제 살리기' 취지 부담 홀로 짊어져
"광복 70주년 최대 이슈가 최태원 사면" 대중 시선 집중도 부담
회삿돈 횡령죄로 지난 2013년 1월부터 복역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자정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자유의 몸이 됐다.
정부의 ‘경제인 사면 최소화’ 방침으로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사면 대상에 포함됐지만 의정부교도소 문을 나서는 그의 어깨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사면된 대기업 총수’라는 타이틀 때문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최 회장에게 집중됐고, 경제인 특별사면의 취지인 ‘경제 살리기’에 대한 부담과, ‘재벌 봐주기’라는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오롯이 홀로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특사안 확정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당면 과제인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설업계, 소프트웨어업계 등과 일부 기업인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SK그룹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언급이다.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경제인 사면을 단행했고, 대기업 총수 중 최 회장을 유일하게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최 회장과 SK그룹에 ‘경제살리기’ 측면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 때문인지 SK그룹은 최 회장의 사면 소식이 전해진 이후 “그룹 전 구성원은 이번 결정이 국민 대통합과 경제활성화라는 취지에서 단행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바람인 국가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 본인도 14일 자정 출소 직후 “SK현황 파악을 해본 뒤 (경제살리기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토록 하겠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에너지나 통신, 반도체에 모두 역점을 두고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도 나눠 받을 사람 없이 오직 최 회장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어떻게 광복 70주년 최대 이슈가 최태원 사면이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 기간인 2년7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며 형기의 3분의 2를 채우는 등 사면 기준에 적합했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대중들 사이에서는 ‘최태원 회장을 위한 맞춤형 사면기준’이라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에도 SK그룹이 투자와 고용 등 경제 살리기 측면에서 뚜렷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최 회장은 물론, 그의 사면을 요청하고 지지했던 재계 전체가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사면 취지가 한마디로 ‘나가서 경제 살리기에 보탬이 되라’는 것이었는데 그 효과가 미미하다면 앞으로도 경제인 사면이나 여타 친기업 정책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SK그룹이 최 회장 특사 취지에 화답하겠다고 대외적인 사업 환경이나 회사 재무 상황을 무시한 채 무작정 대규모 투자나 고용 확대에 나설 수도 없다는 점이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 상장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18년 만에 특별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오너 이슈와 관련해 투자와 고용 부담을 짊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최근 SK그룹이 2년간 4000명의 청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2만명에게 창업교육과 컨설팅, 창업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 대책을 내놓는 등 이미 ‘밑천’을 내보인 상태에서 또 다시 새로운 구상을 짜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복귀하자마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기보다는 그동안 막혔던 부분에서 시의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SK하이닉스의 경우 2021년까지 15조의 투자를 진행 중인데, (최 회장의 복귀로) 이런 식의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플러스알파가 더해질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장님이 평소에 ‘인재양성으로 국가에 보국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만큼 4000명의 취업을 지원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이나 2만명의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 비상’ 프로그램과 같은 일자리 창출 대책이 더욱 힘을 받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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