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특별사면, SK그룹 '천군만마' 얻었다
오너 부재로 계열사 잇단 M&A, 신규사업 실패 설움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 복귀, 해외 인맥 관리 등 걸림돌 사라져
1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특별사면이 확정되면서 그동안 오너의 장기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SK그룹은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면 명단을 확정했으며,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대기업 총수 중에서는 최 회장이 유일하게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동안 최 회장의 사면을 노심초사 기다려온 SK그룹은 안도와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와 국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주어진 기회를 살려 경제살리기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최 회장의 특사 여부를 놓고 ‘희망고문’을 당해온 SK그룹으로서는 이번 특사 확정의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국무총리)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잇달아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을 선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여권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이 이뤄지며 연말 성탄절 특사에 기업인들을 포함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그 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가 터지면서 반재벌 분위기가 고조됐고, 성탄절 특사는 무산됐다.
이어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곧이어 있을 가석방 대상에 기업인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땅콩회항’발 반재벌 정서는 이때까지도 진행형이었고, 기업인 가석방은 없었다.
지난 5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기업인 특사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함께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나 사면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인 특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광복절을 앞두고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기업인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SK그룹은 혹여나 ‘기업인 특사 저지 이슈’로 부각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최 회장의 복귀로 SK그룹은 ‘오너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게 됐다. SK그룹은 그동안 주력 사업인 정보통신(SK텔레콤)과 에너지·화학(SK이노베이션 등)이 단통법 시행과 저유가 기조로 실적 악화와 성장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돌파구가 될 만한 신사업 진출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셔왔다.
SK네트웍스는 올 초 렌터가 1위 업체인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에 밀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며 사실상 성장 동력을 잃었다.
앞서 2013년에는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SK E&S는 STX에너지(현 GS E&R) 인수를 철회했다. 지난해도 SK에너지의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의 든든한 현금창출원을 확보한 이후 굵직한 M&A나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사례가 전무하다. 공교롭게도 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회장 수감(2013년 1월) 전 이뤄진 일이고, 그 이후의 잇단 실패는 최 회장의 수감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최 회장의 부재로 SK그룹은 해외 사업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기업과의 합작이나 큰 투자에 있어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아쉽다” 며 “해외 파트너사도 큰 부분을 결정하는 순간에는 오너를 필요로 하고, 최 회장이 직접 가서 이야기하면 무게감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어려운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이번 특별사면으로 최 회장이 복귀하면서 SK그룹은 그동안 부진했던 신사업 진출과 투자 등에서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당초 '복권' 대상에서는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면과 함께 특별복권까지 이뤄지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어졌다는 게 SK로서는 고무적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을 지휘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지난해 3월 스스로 물러났던 SK주식회사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해외 여행도 자유로워지면서 해외 고객사와 합작 파트너 등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해외 사업을 모색하는 데도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는 그동안 최 회장의 부재로 굵직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과감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고, 그게 최근 몇몇 사업에서 롯데와 한화 같은 오너 기업들에게 밀리게 된 배경”이라며 “그만큼 최 회장의 복귀가 SK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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